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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태계'에서 '행복'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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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태계'에서 '행복'을 꿈꾼다

[이 주의 조합원] 부천 사회적기업 '행복도시락' 박명혜 대표이사

'이 주의 조합원' 대상으로 낙점한 지 오래다. 개인적으로는 오랜 지인이자, 부천에서 2009년부터 사회적기업 '행복도시락'을 5년째 이끌어오고 있는 박명혜 대표이사다. 내 차례 돌아오면 꼭 이 코너에 소개해주겠노라고 큰소리도 쳐놨다. 

게다가 그는 지난해 초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전화를 걸어와 한 시간 넘도록 걱정과 근심, 당부를 쏟아냈던 사람이다. "이 길이 어떤 길인 줄 아느냐"며.

그런데 아뿔싸. 인터뷰 전 그의 '신분'(?) 확인 차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프레시앙'(후원회원)이라고 한다. 매달 통장에서 돈 빠져나가고 있으니 그는 스스로 자신이 조합원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대략난감. 

급한 대로 일단 조합원 전환 신청을 했다. 다음 주쯤 절차가 완료될 터이니 '예비조합원'이라 해두자. 어찌됐건 한 템포 빠른 인터뷰인 셈이다. 먼저 조합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한다. 

5년이면 '다른 생태계'를 꿈꾼 프레시안의 선배다. 시작은 이랬다. 기존에 운영되던 업체가 2008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으면서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역시 취약계층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키우고자 '행복도시락'에 참여했다. 

수익만 보고 달려도 하루아침에 망하기 일쑤인 외식업 사업에서 공공성과 수익성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고? 완전히 궤도에 오른 건 아니지만, 딱 봐도 불가능에 가까운 이 사업 아이템으로 5년째 초심을 지키고 있으니 그 자체로 놀랍다. 

'행복도시락' 직원 가운데 절반은 한부모여성가장, 고령자, 장애우, 다문화 여성 등 취약계층이다. 이들이 만든 도시락의 절반은 독거노인, 결식아동 등 또 다른 취약계층들의 끼니를 위한 것이다. 법적 기준은 30%이지만 '공공성 50%'의 자체 원칙을 버리지 않았다. 

만족도는 당연히 최고다. 직원들은 주 40시간 근무에 임금도 다른 외식업체의 평균임금보다 높다. 중요 의사결정에도 함께 참여한다. '내 회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양질의 식재료로 만든 식사를 제공받는 결식아동들이나 노인들, 예비군들, 구내식당(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용객들도 엄지손가락을 든다고 한다. 매출 규모는 2009년에 비해 5배나 성장했다.

"어디가도 수익을 낼 수 없는 외식업 분야에서 사회 서비스를 하면서 퀄리티도 있고 사업을 다각화한 성공모델이라고 해요." 

'앓는 소리'만 늘어놓기에 억지로 이런 자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남이 하는 얘기는 속 모르는 소리다. '다른 생태계'가 그리 호락호락할까. 고비와 위기가 해를 거르지 않고 찾아왔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로 한정됐던 정부지원금이 끊긴 지가 벌써 3년째다. 자구책이 절실했다.

"컨설팅을 해준 사람들은 고용을 줄이고 유료 도시락 비율을 늘리라고 해요. '만원짜리 고가 도시락을 만들어 팔라'고. 노인들이나 결식아동은 돈이 안 되니까요. 이건 사회 서비스를 하지 말란 얘기죠. 고민은 늘 마찬가지인데,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정말 한국사회에 있을까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1년부터 편의점이 도시락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결식아동들에게 바우처 카드를 발급해주고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아이들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편의점으로, 몸보다 입을 현혹하는 인스턴트 음식으로 쏠렸다. '행복도시락'을 이용하던 아이들 중 4분의 3이 떨어져나갔다. 

행정당국은 '아이들의 선택권'이라며 나 몰라라다. 박명혜 대표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건강권'으로 맞서 당국을 설득 중이지만, "사회적 가치에 대한 혼돈이 생기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처럼 사회복지 체계가 완결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는 (복지 업무를 대행하는) 사회적기업의 설계 자체가 대단히 어려워요. 아무리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과 독거어르신들을 위한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설명해도 공무원들에게 우린 언제나 '을'이죠."

방법이 없을까?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데엔 시간이 많이 걸릴 거예요. 거대담론보다는 기관과 기업, 조합이 지역과 업종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 촘촘하게 협력해야 가능합니다. 현재로선 그런 징검다리 역할을 할 만한 주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지만…."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천에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콩나물신문'이란 곳이 있어요. 큰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십시일반으로 모여 일상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전하는 신문이죠. 조합원이 직접 참여하는 생활 속의 언론이 소규모 지역언론으로는 가능한 형태인데, 프레시안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그래도 협동조합의 정신을 지키면서 매체로서 프레시안의 원칙을 유지해가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프레시안 소식에 관심을 많이 못 둬서 미안하다"더니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었던 건가. '행복도시락'과 프레시안의 고민이 맞닿아 있어 그러하리라는 짐작. 사회적 가치와 생존을 양손에 과제로 쥔 동병상련의 마음을 전했다.

"아무도 그 길을 가본 적 없으니까…. 그래도 프레시안엔 똑똑한 사람들 많잖아. 그 집단지성이 해법을 내주지 않겠어? 그리고 조합원들이 애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면 길이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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