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면세점(免稅點) 이하의 저소득층에게 소득세를 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정부가 담뱃세·주민세·자동차세를 인상하면서 '서민 증세' 논란이 인 데 이어 '저소득층 증세'냐는 말까지 나온다.
최 부총리는 3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현 단계에서는 증세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만약 증세가 필요하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라는 가정을 달아 묻자 "현재 42% 정도 되는 국민이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고 있다. 세율은 조금 낮추면서 골고루 부담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일반론적으로 얘기하면 최근에 우리나라 세수가 상당히 직접세 위주로 많이 가 있다"며 "과거에는 간접세 위주여서 소득 역진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구조가 많이 개선됐다"고 했다.
최 부총리가 말한 '소득세 안 내는 국민'은 연말 근로소득공제를 거치면 소득세 납부가 면제되는 저소득층을 뜻한다. 소득공제 내역에 따라 다르지만 면세점은 현재 대략 연소득 2000만 원선이다.
2012년 기준 한국민 전체 가구 소득을 5분위로 나눈 지표를 보면, 가장 가난한 1분위는 연소득 811만 원, 2분위는 2173만 원이었다. 같은해 전체 가구 평균소득은 4475만 원, 상위 20%인 5분위는 1억417만 원이었다.
즉 이날 최 부총리는, 현재 소득세를 아예 또는 거의 내지 않고 있는 소득 하위 40%계층에 대해 새로이 소득세를 물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셈이 된다.
"담배·주민세, 증세 아니다…기업인 사면? 역차별 안돼"
최 부총리는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입 증대를 통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복지제도가 성숙되면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인 것은 사실이고 재정수지도 적자가 나고 있지만, 우리 경제가 경상성장률 6% 정도만 유지할 수 있으면 세수 부족 문제 등을 감당하면서 버틸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올해 4분기부터 1%대 분기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경제성장률이 4% 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미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를 인상해 놓고 '증세는 없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최 부총리는 그에 대해 "담배로 증가하는 세수보다 흡연 예방·치료와 안전 분야에 더 많이 지출하게 된다"며 담뱃세 인상은 세수 증대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방세 인상에 대해서는 "주민세는 22년 전 그대로여서 실질 부담이 5분의 1로 줄어들었고 자동차세도 10년 정도 안 올린 상황"이라며 "이런 세금은 그때 그때 물가 상황 등을 봐서 현실화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수도요금, 전기요금 올리는 것을 증세라고 하지 않듯, 지방세 인상도 증세라기보다는 '현실화'라는 주장이다.
그는 증세를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경제회복이 우선"이라며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제가 살아나다가 소비세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 경제가 살아날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증세를 하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 부총리는 최근 논란이 된 황교안 법무장관의 '재벌총수 사면' 발언(☞관련기사 : 황교안 '기업인 선처' 발언)에 대해서는 "황 장관의 발언은 가석방을 결정할 때 기업인이라고 역차별을 받아선 안된다는 취지"라며 "기업 총수가 구속되면 대규모 투자 결정이 어려우므로 역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입장"이라고 사실상 기업 총수 등에 대한 사면·가석방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무원 연금 개편과 관련해서는 "공무원 등 특수직역 연금 적자가 올해 4조 원 가까운 수준"이라며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시한폭탄이 되는 만큼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달 중순경 공무원 연금 개편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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