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가까운 남한 국민들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일명 '삐라'의 살포를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1일 발표한 '2014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삐라' 살포를 막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9.1%가 그렇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4.9%에 그쳤다.
지난해 조사와 비교해보면 동의하는 비율이 다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응답자의 44.5%가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때 44.2%의 응답자가 동의한다고 밝힌 것과 비교해 봐도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정부가 나서서 '삐라' 살포를 막아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아진 것은 북한과 긴장상태를 지속하는 데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원의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핵문제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면서 대안적 방안을 강구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는 실정법으로 민간단체의 자율적인 활동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일부는 수차례 "대북 전단 살포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추진할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실정법으로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6월 남한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임진각에서 예정됐던 대북전단 살포를 막은 바 있다. 이는 정부가 실정법을 근거로 삼지 않더라도 상황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의 자제·연기 요청을 얼마든지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여기에 북한은 전단 살포를 두고 자신들에 대한 비방·중상이라며 남북 간 고위급접촉을 비롯해 개성공단의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해결에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발생하는 남북 간 긴장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남북 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면서도 전단 살포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유연한 대책이 요구된다.
북핵 위협 최고조에 달했지만
한편 북핵에 위협을 느끼는 남한 국민들이 2007년 이후 가장 많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조사에서 응답자의 35.5%가 북한 핵무기 보유에 대해 "매우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53.7%는 "다소 위협을 느낀다"고 답해 총 89.3%의 응답자가 북핵을 위협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했던 지난해, 응답자의 78.4%가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과 비교했을 때 10.9%나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김병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장성택 처형과 올 들어 잦아진 북한의 무력시위가 국민들에게 불안과 불신을 증대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당시 국방위 부위원장이자 자신의 외삼촌인 장성택을 처형한 것과 올해 상반기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긴장을 높인 것이 북한에 대한 적대·위협의식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북한에 대한 강경책보다는 유연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대북지원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응답자의 48.3%가 그렇다고 답해 지난해보다 7.9%가 증가했다. 물론 절반이 넘는 51.7%의 응답자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지만, 지난해 59.6%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에 비하면 7.9% 줄어든 수치다.
남북 경제협력이 북한의 개혁개방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도 지난해 56.9%에 비해 7.9% 증가한 64.8%로 집계됐다. 또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남북 간 합의를 계승해야 한다는 응답 역시 지난해 63.7%에서 5.7% 오른 69.4%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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