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9일 일부 언론들이 원-엔 환율의 가파른 하락으로 수출기업이 ‘시름’에 잠겨 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이런 류의 기사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는데요. 이런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 누리꾼들은 이런 류의 기사들이 지나치게 수출기업 우호적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저는 누리꾼들의 주장이 옳다고 봅니다. 지난 1~2년 동안 원-엔 환율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원-엔 환율이 많이 떨어졌다 하여 우리나라 수출이 엄청나게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 속단해서는 안됩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공개한 각국의 무역통계를 보면 지난 1~2년간 원-엔 환율이 많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외환위기 이후 원-엔 환율은 어떻게 변화해 왔나요?
⇒ 외환위기로 환율이 요동쳤던 1998년을 제외하고 1999년부터 살펴보면 4개 구간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그림] 1998년 이후 100엔당 원-엔 환율(단위 : 원)
(자료) : 한국은행(월말 기준)
제1구간은 1999년과 2004년 사이로 이 기간 동안에는 원-엔 환율이 950원과 1150원 사이를 오가며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제2구간은 2005년과 2007년 사이로 환율이 1000원에서 750원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1000원대로 상승하는 변화를 보였습니다. 제3구간은 2008년과 2012년 사이로 2008년 하반기 때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한 때 1500원대까지 치솟은 후, 1200원에서 1500원을 오가며 등락을 거듭한 시기입니다. 제4구간은 2013년과 2014년 사이로 환율이 1200원대에서 950원대로 떨어진 시기입니다.
3. 최근의 원-엔 환율이 환율 안정기였던 1999년과 2004년 사이 수준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몇몇 연구자들의 실증연구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후반기는 과도한 원화 절상기로 평가되고, 이명박 정부 시기는 과도한 원화 절하기로 평가됩니다. 따라서 최근의 원-엔 환율이 안정기였던 1999년과 2004년 사이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이라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4. 일부 언론사들은 기사에서 한-일 양국의 수출품목이 50%가량 겹친다며, 원-엔 환율 하락은 일본 기업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일부 기업의 채산성에 (악)영향을 준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는 어떤가요?
⇒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공개한 무역통계를 보면 그와 같은 위기감이 기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2년 말과 2013년 말 사이 1년간 원-엔 환율은 1247.5원에서 1004.7원으로 242.8원 떨어졌는데요. 이 시기 우리나라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2.98%에서 2.97%로 0.01% 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습니다.
5. 과거에 경제관료들은 우리나라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다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곤 했는데요. 주변국들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어떤 변화를 보였나요?
⇒ 1990년 이후 지난해까지 23년간 각국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을 비교해 보면 미국의 시장점유율은 11.26%에서 8.39%로 떨어져 1/4토막 줄었습니다. 유럽 선진국들도 47.59%에서 34.36%로 떨어져 역시 1/4토막 줄었습니다. 일본의 변화는 더 충격적인데요. 같은 기간 일본의 시장점유율은 8.23%에서 3.8%로 떨어져 반토막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당한 선전을 했는데요.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1.86%에서 2.97%로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대만과 비교해 보아도 우리가 선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1990년에는 대만의 시장점유율이 1.92%로 1.86%인 우리보다 높았으나, 지난해에는 1.62%로 2.97%인 우리나라의 반토막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그림] 주요국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 변화(단위 : %)
(자료) :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6. 보수진영의 학자들은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나요?
⇒ 보수진영 학자들 대다수는 수출기업에 우호적이기 때문에 원-엔 환율 하락에 호들갑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도 일부는 원화절상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기업들도 이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7. 시장점유율에 대해 대화를 할 때 항상 떠오르는 것이 FTA입니다. 지난 23일 박근혜 대통령이 한-캐나다 FTA 협정문에 서명을 했다고 하는데요. 한-캐나다 FTA로 인한 이익과 손실은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출입)규모는 1조752억 달러였는데요. 이중에서 캐나다와의 교역규모는 99억 달러였습니다. 한미간 무역규모가 1000억 달러 내외라는 것에 비춰 보면 한-캐나다 FTA로 인한 이익과 손실은 한-미 FTA로 인한 이익과 손실의 1/10 규모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이것은 한-캐나다 무역구조와 한-미 무역구조가 유사하고, 또 협상내용도 유사하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8. 한-미 FTA는 2012년 3월 15일 발효되었는데요. 과거에 정부가 주장했던 만큼 효과가 있었나요?
⇒ 현재로서는 효과가 있었다고 확신할 만한 증거가 없습니다. 정부는 지난 3월 보도자료를 내고 그 때까지 1년간 전체 수출이 2.6% 증가할 때 대미수출이 5.4% 증가했다며 이것이 FTA 효과라고 홍보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정부 보도자료에 담긴 대미수출 내역을 분석해 본 결과, 그 때까지 1년간 FTA 비혜택품목 수출 증가율이 5.7%에 이른 반면, 혜택품목 수출 증가율은 4.9%에 그쳤습니다. 이것은 정부 주장과 달리 한미FTA가 대미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9. 한-EU FTA 효과는 어떤가요?
⇒ 한-EU FTA는 2011년 7월 1일 발효되었는데요. 2010년 이후 3년간의 한-EU 수출입 동향을 보면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이 기간 EU에 대한 우리나라 수출은 535억 달러에서 488억 달러로 47억 달러 줄어들었고, 수입은 387억 달러에서 562억 달러로 175억 달러 늘어났습니다. 그 결과 한-EU 무역수지는 2010년 148억 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74억 달러 적자로 전환되었습니다. 정부로서는 한-EU FTA의 순이익이 존재한다고 강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10. FTA의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크기 때문에 이것을 추진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세계은행이 분류한 RTA(지역 간 무역협정)를 보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중남미식 RTA입니다. 이 RTA는 자신들에게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이웃 나라의 물품을 저관세율로 사 주고, 석유나 원자재를 저가에 공급해 주며 우의를 다지는 상호호혜적 RTA입니다. 둘째는 미국식 RTA입니다. 이 RTA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상대국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며 추진하는 RTA입니다. 세계은행은 미국식 RTA를 가장 거친 RTA라 표현했습니다. 셋째는 유럽식 RTA입니다. 이 RTA는 미국식 RTA에 비해 다소 덜 거칠다고 하나 본질적으로 미국식에 가까운 RTA입니다. 따라서 모든 RTA를 거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RTA가 좋다고 우길 수도 없습니다. 미국식 RTA와 같은 거친 RTA는 거부되어야 합니다. 대신 중남미식 RTA와 같은 상호호혜적 RTA를 추진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11. 설령 FTA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미국처럼 FTA와 같은 국가중대사에 대해서는 대내협상과 대외협상이라는 두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FTA 대내협상이라는 것은 FTA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 대표와 피해를 보는 사람들 대표, 그리고 정부와 의회 대표가 모여서 FTA 협상범위와 피해대책 등을 사전에 미리 협의하여 국민적 합의사항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미국의 경우 이 합의사항은 의회의 법률로 입법화되어 협상단의 협상권한을 제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FTA 추진과정을 보면 대내협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내협상을 하기는 커녕 정부는 한미FTA의 긍정적 효과만 일방적으로 홍보하기에 바쁘고,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반발을 막무가내로 억누리기에 바쁩니다. 막대한 혈세를 동원한 한미FTA 홍보 또한 근거없는 허무맹랑한 수치들로 가득 채워집니다. 정부의 이와 같은 후진적인 행태는 하루속히 극복되어야 합니다.
12. 오늘 발언한 내용을 요약해 주시죠.
⇒ 오늘 제가 발언한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단순히 원-엔 환율이 많이 떨어졌다 하여 우리나라 수출이 엄청나게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 속단해서는 안됩니다. UNCTAD가 공개한 무역통계를 보면 지난 1~2년간 원-엔 환율이 많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최근의 원-엔 환율이 안정기였던 1999년과 2004년 사이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이라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셋째, 과거에 경제관료들은 우리나라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다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곤 했는데요. 전혀 근거없는 대국민 선동이었습니다. 넷째, 현재로서는 한-미 FTA와 한-EU FTA의 효과가 있었다고 확신할 만한 증거가 없습니다. 다섯째, 미국식 RTA와 같은 거친 RTA는 거부되어야 합니다. 대신 상호호혜적 RTA를 추진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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