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 최고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 특례법이 29일부터 시행된다.
법무무와 법원은 28일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내일부터 시행된다며, 아동학대치사와 아동학대중상해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특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 범죄자의 경우 5년 이상 또는 무기의 징역에 처해지며 아동학대중상해 범죄를 저지르면 징역 3년의 형을 받게 된다. 아동학대범죄를 반복해 저지르거나 아동보호시설에 근무하면서 학대 행위를 한 상습범에 대해서는 원래 형의 0.5배까지 가중해 처벌할 수 있다. 특히 부모가 자녀를 학대해 중상해를 입히거나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면 검찰이 법원에 친권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아동이 학대를 받고 있다는 의혹만 들어도 누구든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또 아동보호시설 종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신고하지 않으면 150만~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법원에서는 아동학대범죄 일부를 '아동보호사건'으로 따로 분류해 심리·처분하며, 피해아동을 도울 변호인과 임시후견인도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이 해당 사건을 아동보호사건으로 송치하면 법원은 아동에 대한 접근 금지를 비롯해 친권 제한 및 정지, 사회봉사·수강명령, 감호·치료 위탁 등 처분을 가해자에게 내릴 수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행령에 따라 500만 원까지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특례법 시행 직전까지 전담 인력과 예산이 충분히 배정되지 않아 실제 아동학대가 얼마나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지난 22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아동학대 특례법' 간담회에서는 신고 접수 후 현장 출동을 비롯한 응급조치, 피해자 국선 변호인 선정 신청 등에 대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상국 서울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현재 기관당 관장 1명과 상담원 5명만 근무하고 있다며 "2인이 한 조를 이뤄 일하고 있지만 24시간 대기하기는 어렵고, 야간 상근자가 없다 보니 밤에 사건이 발생할 경우 즉시 출동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등 12개 아동단체는 지난 25일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2015년도 관련 예산은 169억 원으로 사실상 현상 유지 수준"이라며 특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아동보호체계가 다시 퇴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친아버지 이 모 씨가 지난 25일 울산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도 자신의 딸(8살)을 보호하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를 인정했다. 하지만 딸의 양육을 사실상 방임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계모 박 모 씨가 자신의 딸을 훈육 차원에서 폭력을 행사한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2010년부터 3년간 이어진 폭행 전부를 알지는 못한다며 "정상을 참작해 달라"는 입장이다. 이 씨의 구형은 다음 달 30일 열릴 세 번째 공판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계모 박 씨는 울산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뒤 항소해 현재 부산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1심과 동일하게 항소심에서도 살인죄로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상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