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또 다시 찾아온 '전쟁의 시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또 다시 찾아온 '전쟁의 시대'?

[주간 프레시안 뷰] 전쟁 애호국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어지간히 다급했던 모양입니다. 지난해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에도 단행하지 못 했던 공습을, 그것도 당시 공습 목표였고 미국의 타도 대상인 아사드 정권이 아니라 그를 위협하는 이슬람국가(IS)를 폭격했습니다. 아사드를 돕는 꼴이 된 것이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IS가 이라크 친미 정부를 위협하기 시작한 데다 무엇보다 기자 등 미국인 2명이 IS에 참수 당하는 못 볼 꼴을 당한 그로서는 무엇이든 조치를 취했어야 했을 겁니다. 가만히 있다간 11월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것이 뻔하니까요.

하지만 이번 공습은 IS 위협에 대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시늉을 낸 것일 뿐, 사태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 겁니다. 미국의 첨단무기 공습으로 IS에 약간의 피해는 입히겠지만 결국 시리아 등 현지의 무고한 주민들이 최대의 피해자가 될 겁니다. 나아가 시리아, 이라크는 물론이고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이른바 대중동지역의 혼란과 전쟁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입니다. 2001년 부시가 시작한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은 이제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벌어졌던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로 명명했지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전쟁의 시대'가 됐습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슬람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를 '죽음의 네트워크'(network of death)로 규정하면서 국제사회의 적극적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며 숱한 전쟁을 일으켰지만, 실제로는 석유 등 자원 확보와 (미국식 시장경제를 거부하는) 반미 국가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수한 민간인이 희생됐습니다. 특히 50만 미군을 동원하고도 패배한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의 전쟁 방식은 매우 교묘하고도 은밀한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른바 '대리전쟁'(proxy war)입니다. 외국 용병을 매수해 대신 전투를 치르게 하는 거죠. 전쟁에 대한 국내의 감시와 반발을 피하기 위한 술책입니다. 1980년대 아프간 전쟁이 그랬고, 냉전 종식 이후 구(舊) 유고슬라비아(보스니아-코소보 전쟁 등)의 해체, 리비아 가다피의 제거,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 및 우크라이나 내전의 배후에도 항상 미국이 있었습니다.

송민순 전 외무부 장관이 지적했던 것처럼 미국은 '지구상에서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입니다. 전쟁을 사랑하는 나라입니다(미국 국민이 아니라, 지배계층이 그렇다는 얘깁니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모든 대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군사주의'(militarism)에 중독된 나라입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전쟁을 통해 영국에서 독립했고, 남북 전쟁으로 분단을 막았으며, 스페인 전쟁(1898년) 승리로 제국주의 열강으로 발돋움했습니다. 1차 대전으로(유럽 국가들이 자살극을 벌이는 동안)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 됐으며, 2차 대전 승리로 세계 최강의 패권 국가가 됐습니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2차 대전을 '좋은 전쟁'(Good War)이라고 말한답니다. 딱 거기에서 그쳤으면 좋았을 것을, 이후에도 미국은 계속 전쟁을 벌였습니다.

1961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퇴임사에서 경고했던 '군산복합체'가 지배하는 전쟁 경제가 미국 사회에 너무도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탓이 아닌가 합니다. 지난 9월 22일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앞으로 30년에 걸쳐 약 1조 달러를 투입해" 핵무기 현대화에 착수키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009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하면서 노벨 평화상을 선불(?)로 받았던 오바마 대통령이 이 계획을 승인했다는 것은 '전쟁 국가' 미국의 위상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지난 5월 네덜란드에서 작고한 미국의 저명한 역사가 가브리엘 콜코(Gabreil Kolko, <제국의 몰락> 저자)는 베트남 전쟁을 비롯해 미국이 제3세계에서 벌였던 전쟁들의 교훈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미국의 첨단무기만으로는 미국의 의지를 제3세계 국민들에 강요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베트남, 아프간, 이라크 등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라크의 예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의 첨단무기는 무슬림 전사들이 만든 사제 폭탄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핵무기 등 미국의 첨단무기는 소련과의 대결에서나 유용한 것이지, 제3세계 국민들의 민심을 잡는 데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중동지역은 '민주화'라는 미국의 의지와 반대로, 혼란과 전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콜코는 앞으로 수십 년간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가장 큰 원인은 미국에게 있다고 진단합니다. 결국 '미국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군사력에 의한 문제 해결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에 의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지 않는 한 '전쟁의 시대'는 계속될 것이라는 얘깁니다. 오바마의 행보는 앞으로도 한동안 '전쟁의 시대'가 계속될 것임을 보여줍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국제/생태/세월호 등으로 나눠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맡고 있습니다. 생태와 세월호는 각각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이 격주로 진행합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