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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남산 딱따구리와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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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남산 딱따구리와 살아요

[함께 사는 길] 서울의 허파를 점검하다

서울환경연합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등 서울 지역 5개 환경단체들이 지난 5월부터 3개월 동안 서울의 허파인 생태·경관보전지역 17곳을 모니터링하는 현장실사작업을 진행했다.
서울환경연합,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건강한도림천을지키는주민모임, 생태보전시민모임 등 서울지역 생태계 보전활동 단체들은 그간의 개별 활동 속에서 가지게 된 고민들의 핵심이, 제도가 마련된 지 15년이 지나는 서울지역 생태·경관보전지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그 관리실태를 점검하는 현장활동을 함께 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장실사는 지난 5월 26일부터 8월 14일까지 진행됐다.
▲ 창덕궁의 참나무들은 참나무시들음병에 대해 3단계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다. ⓒ함께 사는 길(이성수)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보전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선정해 특별 관리하는 제도다. 서울지역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진관내동, 백사실계곡, 삼육대불암산, 관악산, 청계산, 봉산, 남산, 고덕, 암사, 방이, 헌인릉, 창덕궁, 밤섬, 탄천, 둔천, 성내천, 인왕산 등 총 17곳이다. 이상의 지역들은 사실상 서울 생태계의 최후 보루이자 생태·경관보전지역 확대 거점으로 꼽히는 곳들이다.

▲ 백사실계곡은 적은 비의 양과 주변 홍지문 터널공사 등으로 수량이 많이 줄어있다. ⓒ함께 사는 길(이성수)

이번 현장실사를 통해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생태·경관보전지역의 관리비전이 경관과 보전 사이에서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환경보전법 제12조는 '생태다양성이 풍부하여 보전하거나 학술적 연구가치가 큰 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생태·경관보전지역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의 본래 명칭은 '생태보전지역'으로, '보전 가치'를 현행 제도명보다 뚜렷하게 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경관'이 추가된 제도명 변경으로 보전보다 경관의 이용에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 됐다.

이를 입증하듯이, 방이동 생태·경관보전지역의 경우 보전지역보다 생태공원에 가깝게 관리되고 있었다. 관악산 생태·경관보전지역 또한 석회암지대의 회양목 군집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과도한 사방공사(실개천을 5미터 너비로 확장한 산사태 예방공사), 구름다리 공사, 산책로 회양목 식재 등 관리를 빙자한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경관'을 위해 '보전'이 희생되는 현실인 셈이다. 서울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이용객 및 시설의 최소화, 사유지 매입' 등을 기본으로 하는 현장관리계획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

▲ 헌인릉을 지키는 오라나무군락(왼쪽), 남산의 딱따구리(오른쪽 상단), 도룡뇽(오른쪽 하단). ⓒ함께 사는 길(이성수)

사유지 매입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많다. 예를 들어 진관동 생태·경관보전지역은 100퍼센트 사유지다. 이곳이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후 11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유지 문제는 전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입구의 안내 간판만이 이곳이 생태·경관보전지역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흔적이다. 이런 현실은 먼저 사유지 갈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지정됐기 때문이지만, 지정 이후 사유지 매입 등 적극적인 정책의 부재 때문에 더욱 문제가 악화되고 있기도 하다. 소유주 시민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공익과 사익의 충돌을 해소하는 노력이 시도돼야 한다.

▲ 둔촌동 습지는 택지개발과 지하철 9호선 공사로 인한 지하수위 저하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함께 사는 길(이성수)

관리 실태 또한 우려스럽다. 보전지역 현장 관리 담당자들 가운데 '보전지역 관리계획 지침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담당자는 12명 중 단 3명뿐이었다. 관리계획과 지침을 인지하고 있는 담당자들도 관리계획서와 현장과의 괴리감이 커 실제 현장 적용에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천되지 않는 계획은 탁상공론일 뿐이다. 현장 실행력을 가진 관리 매뉴얼을 개발하고 적정하고 올바른 생태계 관리방법을 교육하며 현장관리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 전문가 등이 함께 모이는 협의체가 구성되어 서로 소통하면서 계획과 실천을 아우르는 보전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 서울 한강의 허파 밤섬. ⓒ함께 사는 길(이성수)
▲ 도심속 자연하천 성내천. ⓒ함께사는길(이성수)

5개 단체의 공동조사를 바탕으로 '생태·경관보전지역 관리계획의 적정성과 이행현황 모니터링 보고서'가 곧 마무리된다. '보전지역 방문객 출입 제한 관련 조례'의 시범적 시행과 '사유지 문제 해결에 필요한 생태·경관보전지역 관련 예산 증액'을 위해 시의회와 논의를 확대하는 등 보전지역 관리의 실질화를 위한 대안을 담고 있는 이 보고서가 서울의 생태를 위한 거버넌스의 기초가 되기를 바란다.

▲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 넓어지는 등산로로 숲은 몸살을 앓는다(상단). 진관내동습지(하단 왼쪽)와 생태보전지역현판(하단 오른쪽). ⓒ함께 사는 길(이성수)

*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함께 사는 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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