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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싸움' 끝 승리…눈물의 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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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싸움' 끝 승리…눈물의 현대차 비정규직

법원, 현대차 '불법파견' 인정…"사내하청은 정규직"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900여 명이 모두 현대차 소속 정규직으로 인정됐다. 법원이 이들에 대한 고용이 '불법 파견'이며 이들 노동자들이 "현대차와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한다"고 선고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1부(정찬근 부장판사)는 18일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994명이 현대차 등을 상대로 "하청업체 소속이 아니라 현대차 소속 노동자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2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모두 현대차의 파견 근로자이며, 2년 이상 현대차 사업장에서 근무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원고들이 현대차와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된다고 판결했다.

파견근로자보호법은 '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현대차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직접 근로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당초 재판부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 1175명에 대한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현대차 노사의 신규 채용 잠정 합의 이후 이들 중 181명이 소 취하서를 제출함에 따라 소송을 유지한 원고들에 대해서만 선고를 내렸다.
아울러 소송 이후 현대차가 신규 채용 방식으로 고용한 40명에겐 판결을 각하했지만, 사측이 이들을 신규 채용하기 전에도 이미 '직접 고용 노동자'였다고 전제해 이들이 청구한 임금 중 일부를 인용했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이들 노동자들이 정규직 임금을 전제로 산정해 청구한 임금 582억 원 가운데 230억 원을 현대차가 체불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불법 파견 소송 중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2010년 11월 소송을 제기한 이후 약 4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관련 기사 : 현대차 판결, 대기업 불법 노동 제동 걸리나)

앞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 씨가 지난 2010년 대법원으로부터 '불법 파견'이라는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현대차는 그간 "최 씨 개인에 대한 소송 결과"라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거부해 왔다.

노동자 측 소송 대리인을 맡은 김태욱 변호사는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현대차 사측은 그간 대법원 판결에 대해 최 씨에게만 국한된 판결이라고 얘기했는데,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이번 재판에서 확인된 것"이라며 "모든 공정에 대해 근로자 지위가 인정됐기 때문에 사내하청 자체가 불법 파견이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고가 다른 제조 업종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도 적지 않아 보인다. 오는 25일에는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의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며, 한국GM과 포스코, 하이스코 노동자들의 비슷한 소송 역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0년 만에 이겼다"…기쁨의 눈물 터뜨린 노동자들

"전부 이겼어! 우리가 다 이겼어!"

10년이 걸린 싸움이었다. 법원으로부터 '현대차 소속의 노동자'라는 확인을 받아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재판정 밖으로 나서자마자 환호와 함께 눈물을 터뜨렸다.

서로에게 "고생했다"는 위로와 함께, 뜨거운 포옹도 이어졌다.

약 4년 만에 얻어낸 판결이다. 불법 파견 문제로 싸워온 지는 어느덧 10년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법원은 최근 정규직이 됐거나 소송을 취하한 이들을 제외한 사내하청 노동자 934명 전원의 손을 들어줬다.

비정규직노조의 김성욱 울산지회장은 "구속되면서까지 우리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승리한 것"이라며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터뜨렸다. 이번 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8일째 법원 앞에서 단식을 이어온 조합원 4명 역시 눈물을 쏟으며 짧은 발언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이제 현대차가 즉각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오늘 판결로 현대차의 주장은 어떤 명분이나 정당성도 없는 강자의 억지임이 확인됐다"면서 "즉각 정규직화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차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날 선고 후 "판결문을 송달받는대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1심 판결과는 별개로 지난 8월에 합의한 사내하도급 특별고용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짧은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18일 현대차와 일부 비정규직 지회는 사내하청 노동자 4000명을 신규 채용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한 차례 연기된 1심 판결을 불과 사흘 앞두고 진행된 합의로, 현대차가 대규모 불법 파견 판결이 내려질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껴 합의에 속도를 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특히 당시 교섭에선 별도의 '소 취하 관련 합의서'까지 마련해, "근로자지위확인 및 체불임금 청구소송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한 자에 대해 소송 비용 보전금 2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 주체와 관련된 회사 측이 제기한 민·형사 소송을 즉시 취하한다"고 못 박기도 했다.

이번 재판에서 선고가 미뤄진 181명 역시, 당시 노사 잠정 합의 이후 소송을 취하한 이들이다. 전주, 아산, 울산 공장의 비정규직 지회들 중 울산지회는 당시의 노사 특별협의가 "불법 파견을 무마하려는 현대차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이 잠정 합의안을 거부해 왔다. (☞관련 기사 : '불법 파견' 판결 사흘 앞두고…최대 규모 울산지회, 합의서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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