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관련 법안의 입법 예고가 15일로 마감됐다. 정부가 지난 11일 담뱃값 인상 결정과 더불어 12일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입법 예고한 지 불과 나흘 만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담뱃세 인상으로 '우회 증세' 논란이 거센 가운데, 지나치게 짧은 예고 기간으로 여론 수렴에 귀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 예고란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령을 제정·개정할 때, 입법안의 취지 및 주요 내용을 미리 예고해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행정절차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40일 이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생활과 직결된' 이번 담뱃값 인상 관련 법안의 예고 기간은 불과 4일에 그쳤다. 그마저도 주말(13일)과 휴일(14일)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여론 수렴 기간은 이틀에 불과했다. '공약 파기'로 거센 논란을 불렀던 기초연금법 제정안의 예고 기간이 21일이었다는 점에 비춰봐서도 지나치게 짧다.
결국 지난 2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소 2000원을 올려야 한다"고 말한 후 입법 예고까지, 불과 9일 만에 속전속결로 담뱃값 인상이 추진된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시급한 정책이기 때문에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10년 만에 큰 폭으로 이뤄진 담뱃값 인상이 입법예고 제도의 취지까지 무색하게 할 만큼 시급한 정책이냐는 반론이 나온다.
조세 수준 논의한다던 '국민대타협위'는 어디로?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도 배치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기초연금 공약 파기 논란이 거세자 "대선 때 공약했던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조세 수준과 복지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최선의 조합을 찾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국민대타협위원회는 박 대통령이 이미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제시했던 공약 중 하나로, 합리적인 조세 수준을 결정하기 위해 설치하겠다며 제시한 기구다. 지난해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시 "조세개혁추진위원회와 국민대타협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올해(2013년) 중 세입 확충 폭과 방법에 대해 결정하겠다"는 국정 과제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현재까지 국민대타협위원회는 한 번도 가동되지 않았고, 이번 담뱃세·주민세·자동차세 인상안 등 증세안을 연이어 내놓으면서도 이 기구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허울 뿐인 '증세없는 복지' 공약, 결국엔 '우회 증세'로 돌파?
대선 전부터 현재까지 줄곧 '증세없는 복지'를 고집해 온 박 대통령이 기초연금 등 대선 공약을 충분한 해명도 없이 파기한 것도 모자라, 결국 재정 압박에 시달리자 간접세 증세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증세 정공법' 대신 조세 저항이 적은 담뱃세 인상 등으로 '우회 증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복지 전문가들도 증세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실현 가능성이 부족한 '증세없는 복지' 기조를 줄곧 고수해 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조차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세금없는 복지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이제 증세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문제는 최근 줄줄이 발표된 증세 방법이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간접세 증세였다는 점이다. 소득이 클수록 세금을 더 내는 소득세·법인세 등 직접세 인상은 없이, 소득 재분배 등 조세 정의를 해치는 간접세 인상으로 '증세없는 복지'의 구멍을 메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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