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극단주의 반군인 IS(이슬람 국가)가 또 다시 서방국가의 인질을 참수했다. 지난 8월 19일(현지시각)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와 2일(현지시각) 스티븐 소트로프를 살해한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세 번째 희생자가 발생했다.
IS는 13일(현지시각) 영국인 인질 데이비드 헤인즈(44)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들은 '미국의 동맹국들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라크 정부와 협력을 약속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이 영국인(헤인즈)은 당신의 약속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영상에서는 앞서 IS가 인질을 참수했던 두 번의 동영상과 마찬가지로 주황색 낙하산복을 입고 무릎을 꿇고 있는 인질 헤인즈 씨가 등장했다. 그는 이전 인질들이 자신들의 죽음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때문이라고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죽는 데는 캐머런 총리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IS 요원은 지난 영상과 마찬가지로 검정색 옷을 입고 두건을 쓴 채 미국과 영국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이 요원은 미국과 영국의 동맹이 영국의 파멸을 가속화할 것이며 영국을 '피비린내나고 이길 수 없는 또 다른 전쟁'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IS를 목표로 한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영국이 참여하지 말라는 경고다.
IS는 "이번 기회를 통해 IS에 대항하는 미국의 사악한 동맹에 참여하는 정부들에 뒤로 물러나서 우리를 내버려 둘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IS는 또 다른 억류 영국인 앨런 헤닝을 등장시키며 다음번에는 헤닝을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영국 외무부는 영상의 진위를 확인 중이다. 캐머런 총리는 성명에서 헤인즈 씨 살해에 대해 "무고한 구호단체 직원을 비열하고 끔찍하게 살해한 것으로, 진짜 악마의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들 살인자를 추적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할 것이며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그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시리아 공습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영국 정부의 기본 방침이 이번 참수 사건으로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국뿐만 아니라 독일 역시 공습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며 요청받더라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만이 미국의 공습에 가담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황이다.
한편 헤인즈 씨는 프랑스 구호단체인 '기술협력개발기구'에서 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지난해 3월 같은 단체에 소속된 다른 직원 등과 함께 시리아로 들어가 새 난민캠프 부지를 둘러보고 터키로 돌아가던 중 무장괴한에게 납치됐다.
당시 함께 납치됐던 이탈리아인 직원은 600만 유로 정도의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났지만 헤인즈 씨는 테러리스트와는 몸값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영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계속 억류 중인 상황이었다. 앞서 헤인즈 씨의 가족들은 지난 2일 다음번에는 헤인즈 씨를 살해하겠다는 IS의 영상이 공개된 이후 영국 정부에 IS와 직접 대화를 촉구하며 구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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