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기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렇게 비가 억수같이 오는데…우리 동혁이, 우리 4반 애들 있는 납골당 가본지도 너무 오래됐어요.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습기가 차지는 않았는지, 우리 애들은 잘 있는건지 우린 엄마들이라 너무 궁금하고 보고싶습니다. 이건, 저희가 원하는 국가가 아닙니다."
세월고 참사로 숨진 고(故) 김동혁 학생의 어머니 김성실 씨는 "우리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자리를 잡은 지도 벌써 13일째다.
전날 유족들은 "기어서라도 가겠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용지를 들고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까지 삼보일배 행진을 시작했지만, 그조차도 출발 직후 경찰에 가로막혔다. (☞관련 기사: "청와대는 철옹성인가"…유족들 절규) 김 씨는 "내가 대통령이라면, 국민들이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버선발이라도 뛰어나가 볼 것"이라고 했다.
단원고 희생자 고(故) 유예은 학생의 아버지 유경근 세월호가족대책위 대변인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농성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5월 예은이 삼오제 이후 한 번도 하늘공원에 가지 않았다"며 "가족들에게 왜 예은이 보러 오지 않느냐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 우리 애들이 왜 죽었는지 진상 규명이 되기 전엔 예은이를 보러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그는 "다들 우리 배후가 누구냐고 하는데, 억울하게 죽은 우리 애들이 우리의 배후"라면서 "빨리 예은이 만나러 추모공원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유족들은 전날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5월19일 대국민담화 이후 처음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언급했지만, 유족들의 단식과 노숙농성은 외면한 채 '선장 책임론'만 언급했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선장 책임만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세월호 참사를 선장 책임론과 결부시키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세월호 참사가 선장만의 잘못이었나. 선령 완화는 누가 한 것이며, 구조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도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하지 않았었느냐"며 "진정으로 세월호 참사 가족들을 위로하려면 가족들의 면담 요구를 먼저 받아들여 달라.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가장 최선의 선택은 성역없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가능한 특별법 제정을 결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설 뜻을 밝힌 데 대해선 "뒤늦게나마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 주셨다니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정 의장의 중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새누리당을 향해선 "소통을 거부하는 불통의 정치이고 대화와 타협을 근간으로 하는 정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유족들은 지난 1일 새누리당과 유족들의 3차 회동 당시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특검이 가장 완벽한 수사권, 기소권 아니냐"고 주장한 데 대해 "주호영 정책위의장 스스로도 특검이 효용이 없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유족 대표로 협상에 참여한 김병권 가족대책위원장이 "특검이 성과를 낸 사례를 알려 달라"고 지적하자, 주 정책위의장이 과거의 특검 사례에 대해 "특검을 해도 그것 밖에 나올 수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응수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를 두고 유족들은 "지금까지 11차례의 특검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낳은 특검은 없었고, 주호영 의장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면서 "주 의장이 유족들에게 했던 '청와대 들쑤시려 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이 오히려 주 의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진짜 속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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