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23일 세월호 유가족이 1박 2일째 농성 중인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로 가려고 했지만, 경찰이 길을 원천 차단해 대치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서울 광화문 광장 앞에서 이날 오후 5시부터 시민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특별법을 제정하라', '기소권과 수사권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오후 6시 20분께부터 세월호 유족을 만나고자 광화문 광장에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하려 했지만 경찰에 막혔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7시께 각자 흩어져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유가족을 만나기로 기약한 뒤 집회 해산을 선언했다.
유가족 노숙 농성 중인 청운동 주민센터 길 경찰에 막혀
그러나 오후 7시 30분께부터 경복궁역에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로 가는 인도와 차도 곳곳은 경찰과 전경버스로 막혀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인도 곳곳에 경찰에 둘러싸여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여기서 밤을 새겠다"며 눌러 앉기도 했다.
경찰에 둘러싸인 집회 참가자들은 인도 봉쇄에 거세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오후 8시 30분께 일부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오후 9시 35분께 청운동 인근에 있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4차 해산 명령을 내렸다. 해산 명령에 불응할 경우 사법 처리를 하겠다고 방송했다.
9시 40분 집회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일부 참가자들은 청운동 주민센터 맞은편 종로장애인복지관 앞 인도에 모였다. 세월호 유가족 한 명이 "고맙다"고 인사했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22일 병원에 실려 가면서 현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는 세월호 유가족 70여 명이 1박 2일째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으로 유민 아빠를 살려야 한다"면서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한 후 밤새 대통령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사고 6일 뒤 전화기 붙들고 바다에 떠올라"
앞서 광화문 광장 집회에서는 단원고 2학년 3반 고 김시연 양의 어머니 윤경희 씨가 참여했다.
윤 씨는 "저희 아이는 사고가 난 지 6일 만에 80번이라는 번호로 저희에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린다고 전화하던 아이의 목소리는 15분 뒤 울음으로 뒤바뀌었다"며 "헬기가 오니 구조되면 꼭 다시 전화하겠다고 했지만, 사고 6일 만에 전화기를 꼭 붙든 채로 혼자 바다 위로 떠올랐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윤 씨는 "생존한 아이도 힘들지만, 같이 자란 형제들도 힘들어 하고 트라우마가 심하다"며 "그 아이를 두고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여러분도 지겹다고 하지 마시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에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윤 씨는 집회 내내 휴대전화에 붙어있는 교복 입은 딸 사진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려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30일 광화문 대규모 집회 등 예고
양한웅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은 "대통령은 민심을 거스르면 안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대규모 집회 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는 25일에는 서울대와 경희대 학생들이 청와대로 행진하기로 했다. 29일에는 4대 종단 성직자들이 시청 앞에서 법회와 기도회를 열고 청와대로 행진키로 했다. 30일에도 광화문 광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가 예고됐다.
양 공동위원장은 "추석에도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추석 전에 유인물을 들고 전국 방방곡곡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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