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현대차 불법 파견 특별교섭 잠정 합의가 나왔다. 이는 19일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이하 아산지회)와 현대차 전주비정규직지회(이하 전주지회) 총회를 통해 가결되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이하 울산지회)가 빠지고 아산지회, 전주지회, 현자지부가 동의한 합의내용이 어떠한 파장을 가져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잠정 합의가 나오기 하루 전 아침 비를 맞으며 3시간 기다린 끝에 아산과 전주 지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양 지회장에게 "제발 울산지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문구를 합의서에 넣어 달라고 했다. "그것만 넣어주면 되느냐?"고 답변했지만 결국 합의는 울산공장 조합원을 포함해서 됐다.
4년 동안 선고하지 않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내일(21일) 나올 예정이다. 합의서로 다시 연기될 것이라는 변호사도 있지만, 판결을 할 것이라고 하는 변호사도 있다. 조금의 희망을 안고 오늘도 법원 앞에서 시위를 한다.
2012~2013년 지회장이었을 때 교섭에 참여했다. 현대차를 상대로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때도 현대차를 상대로 싸우기 위해 요구안을 축소했다.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그 결과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합의를 한 것 같아 마음 한쪽이 무겁고, 조합원들에게 미안하다.
비정규직 양산 합의에 어떻게 동의하나?
1998년 현대차 정리 해고 이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제조업 생산라인에 투입됐다. 현대차 비정규직들이 10년간 용역 경비들에게 맞으면서 싸우게 된 것도 그때 현대차 노사가 사내하청 투입 비율을 16.9%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인 우리가 정규직이 되면서 다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합의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런데 이번 합의는 사내하청 전체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촉탁계약직은 계속 증가하며, 합의로 인한 채용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 또는 계약 해지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을 뿐만 아니라 불법 파견을 인정받기 위해 10년을 투쟁한 노동자를 배제하고 있다.
첫째, 지역과 공정 간 전환 배치를 허용해서 불법 파견 노동자를 진성 도급 노동자로 만들었다. 이렇게 진성 도급으로 낙인찍힌 불법 파견 노동자는 이후 스스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이것은 과거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16.9% 합의와 다를 것이 없다.
둘째, 정규직으로 채용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환 배치되면 전환 배치한 공정에 있는 비정규직이나 촉탁직을 해고할 수 있다.
셋째, 현대차는 교섭 장소에서 2016년 이후 "많은 퇴직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촉탁직을 뽑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비정규직으로 보내서 다시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한다. 즉 일정 부분 촉탁직과 비정규직을 계속 사용하겠다는데 그것을 노조가 동의할 수 있는가?
넷째, 현대차는 채용 기준을 제시했다. 이번 합의에는 59+1의 기준으로 채용 기준을 완화 하였다. 현대 자동차에서 10년 넘게 일한 사람을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 그냥 자기 일을 계속하면 될 것을 왜 현대차가 채용 절차를 밟는가? 이는 현대차가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는 그래서 비가 오는 오늘도 서울중앙지법 앞에 섰다.
더 이상 법원이 현대차 봐주기로 소송 결과를 연기하지 않고,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시 싸움을 시작할 근거인 집단소송 1심 판결을 오는 21일과 22일 받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또 지난 집행 과정에서의 과오를 반성하고, 지금부터라도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몸부림으로 법원 앞 노숙 농성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지금보다 잘 살고 싶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아이들에게 올바른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이 땅의 비정규직이 사라지기 위해 우리는 다시 싸울 것이다. 그 새로운 싸움에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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