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학 총장들을 향해 "집단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면서 "사회를 통합해나가기 위한 배려와 통찰력있는 전략을 제시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에게 규제를 받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26일 152명의 대학교, 전문대, 산업대, 교육대 총·학장들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고등교육의 전략적 발전방향을 위한 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은 전날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입시 내신 반영안에 대해 "엊그제 교육부에서 안을 내놓았는데 그런 선에서 잘 도와주시면 고맙겠다"며 "애로사항이 있으면 대화하고, 정부도 다소 융통성을 발휘하기로 하고, 여러분도 도와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곧바로 서울대 이장무 총장을 지목하며 "서울대학교는 자존심이 걸린 것 같은데, 자존심 때문에 (정부 안을 따르지 않고) 그러면 어쩔 수 있겠습니까만 정부도 그렇게 되면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고민이 있다"고 경고했다.
"공공 이익을 위해선 대학 자율도 규제를 받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 말미 약 30여 분 동안 마무리 발언에 초반에는 고등교육에 관한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지만 후반부에는 입시 문제와 관련해 대학과 외국어고등학교 등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2008년 대입제도는 지난 2004년에 정부와 학교, 학부모 간에 일종의 국민적 합의로 수용된 것인데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그것을 깨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학은 스스로 약속을 지키고 신뢰성 있게 행동해야 하고 그 사회의 요구에 기여해 줘야 한다"면서 "다른 사회집단과 달라서 최고의 지성 집단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가치와 전략의 총체적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를 앞서서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렇지 못하면 공무원들에게 규제를 받는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아무렇게나 규제하는 시대는 지났다. 독재시대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정부가 대학에 특히 입시문제로 과도한 규제를 가한다'는 일부 대학과 언론들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대학자율을 이야기하는데 아무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면서도 "다만 국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대학의 자율도 규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창의성, 인성, 다양성, 민주주의 교육이라는 미래의 가치를 훼손시키면서 대학의 자율을 주장하는 것은 자율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고가 특목고지 일반고냐"
또한 이날 노 대통령은 진보적 가치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 한국사회가 경쟁의 사회라서 경쟁력 강화 전략에서 교육정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기업은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할 수 있지만 대학은 교육은 그래선 안 된다. 국민적 통합, 균형있는 사회, 다양성 있는 사회를 교육의 정책에서 함께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사회의 복지 지출이 OECD 평균의 3분의 1 밖에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사회에는 배려가 부족하다. 강자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면서 "강자를 위한 정책이 일방 통행될때는 사회가 분열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지성사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주택과 외고 문제를 그 근거로 들었다.
노 대통령은 "주택정책의 기준이 모두 특정지역(강남)이다"면서 "올라도 큰 일이고 내려도 큰 일인데 다른 지역은 안중에 없다. 부동산 정책으로 지난 5년 간 정말 고생 많이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교육정책에 있어도 학생들 애로를 이야기할 때 절반은 외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며 "외고는 설립목적이 특목고이지 일반학교가 아닌데 그거(외고 내신) 해결해내라고 우리나라 언론들이 발칵 뒤집혀졌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모든 완장 찬 사람은 본능적으로 그 권한을 자기 이익으로 자기 집단의 이익으로 환원시키려는 그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수백년간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갈등을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부동산 양극화와 교육 양극화에 대한 기득권층의 무관심을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현 정부 들어 양극화가 완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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