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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아기 제조·판매…"얼마짜리 난자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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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아기 제조·판매…"얼마짜리 난자 원하나?"

[프레시안 books] 스콧 카니 <레드마켓, 인체를 팝니다>

얼마 전 한 호주인 부부의 이야기가 국내 언론의 해외 토픽 면을 장식했다.

이야기인즉슨, 8년간 자연 임신에 실패한 호주인 부부가 태국의 대리모를 고용했고, 인공 수정으로 쌍둥이를 얻었다. 대리모는 순산했지만, 쌍둥이 중 한 명은 장애아였다. 부부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는 버려두고 건강한 아이만 호주로 데려갔다. 결국 노점상을 하는 가난한 태국 여성이 장애아를 떠맡아 양육하게 됐다는 것이 이야기의 전말이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독자들이 이 비정한 부부를 비난한 것과 마찬가지로, 호주 사회도 들끓었다. 버려진 아이를 위한 모금이 시작됐고, 호주 정부는 자국민의 원정 대리 출산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물론 머나먼 한국의 언론에 등장할 만큼 다소 극단적인 사례다. 쌍둥이 중 한 아이가 장애아가 아니었다면, 태국인 대리모가 '계약에 따라' 장애아를 낙태했다면, 이 부부의 대리 출산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는, 오랜 기간 아이가 없던 그들에겐 '축복'과도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실제 아이가 없는 수많은 서구 사회의 부부들이 아시아 극빈층 여성을 상대로 대리모 계약을 체결한다.

그렇다면, 장애 없는 아이를 낳아 유전자적 부모와 (책의 표현에 따르자면) '상품 양도 계약'을 끝내는 다른 수많은 대리 출산은 문제가 없는 걸까? 불임 부부에게 난자 기증이나 대리모 출산이 고귀한 선물과도 같은 의학적 진보라면, 자신의 난자란 '상품'을 판매하고 자궁을 '임대'하는 공급자에게도 그럴까?

세계 각지의 인체 매매 시장을 다룬 책 <레드마켓, 인체를 팝니다>(골든타임, 2014년 7월 펴냄)는 이런 질문을 집요하게 던진다.

인도의 장기 판매 마을부터 뼈 도굴과 감금 상태에서 혈액 적출, 대리모 집단 수용소부터 미국 중산층의 불임 가정까지. 다양한 '인체 매매' 현장을 5년간 취재한 저자 스콧 카니는 인체 판매자와 브로커, 소비자로 이어지는 비극적이고 적나라한 공생 관계를 세밀하게 기록했다.

피와 뼈, 신장, 자궁까지…"당신의 장기는 얼마입니까?"

ⓒ골든타임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다양한 인체 거래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 어떤 '자유 시장'의 영역보다도 더없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인종적·계급적 불평등이다.

인체를 사고자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팔고자 하는 사람은 늘 존재하고, 대개 그들은 가난하며, 그 중간에서 그들의 인체 '상품'으로 돈을 벌려는 자들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 그렇게 인체 매매를 위한 시장, 즉 '레드마켓'이 생겨난다.

예컨대 인도의 '뼈 도둑질'은 200여 년 전 미국과 영국 등 서구 사회에서 먼저 시작됐다. 대부분 의대의 실험용 교재로 납품해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연구'를 이유로 시작된 이 끔찍한 범죄는 처음엔 '사형당한 흑인'의 사체를 훔치는 것으로 시작해 "백인 사회의 그 누구도 장례의 명예를 침해당하지 않았음"을 안심시키다가, 급기야는 공급처를 서구 사회 밖 식민지로 돌린다. 그렇게 인도의 '해골 매매 시장'은 150년 동안 이어졌다. 실험실용 뼈를 구하기 위해 인도의 브로커들은 무덤을 파헤치는 도굴은 물론, 극단적인 경우 살해도 서슴지 않았다. 서구 예비 의사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양의 사체가 필요했던 탓이다.

전혀 다른 사례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입양을 원하는 백인 부모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빈곤 국가에선 입양 브로커가 필요했다. 수요 충족과 수익을 위해 브로커들은 아동 납치까지 저지르며 아이를 '공급'하고, 백인 부모는 "버려진 아이"라고 믿고 아이를 입양한다. 하루아침에 아이를 잃은 인도의 친부모에겐 비극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혹은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미국의 부모에게 입양은 축복이다.

장기 매매는 또 어떤가. 인도나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선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를 적출해 판매하는 것이 그다지 새롭지 않은 일이다. '쓰나미 나가르'라고 불리는 인도의 한 난민촌에선 마을 사람 대다수가 자신의 신장을 판매한다. 그들에게 자신의 장기를 판다는 것은 일종의 '사회 안전장치'다. 비극은 "바로 자발적으로 장기를 판매하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94쪽)는 데 있으며, 매년 세계 각지에서 이식되는 장기의 약 10% 이상이 이런 불법 암시장에서 공급된다.

하지만 주로 가난한 이들을 꾀어낸 브로커는 장기를 적출한 뒤 잠적하고, 수술을 집행한 병원은 '기증'인 척 눈을 감는다. 새 장기를 이식받아 새 삶을 살게 된 환자는 이 장기가 누구에게서 왔는지, 합법적으로 유통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프라이버시 윤리'라는 편리한 제도 덕택이다.

"환자가 장기를 사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면서도 의사들은 프라이버시 윤리를 국제 장기 매매 공급망에서 일어나는 착취 행위에 대한 의심을 떨쳐내는 패로 사용한다. (…) 공급망 전체가 익명성으로 통제되고 있을 때, 그것은 강압적이고 불법적인 활동을 완벽하게 가려준다." (104쪽)

우리는 대형 병원의 장기 이식 센터를 '장기 매매 사업'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존재하며, 장기 이식 역시 '판매'가 아니라 누군가의 '선의' 혹은 '기증'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생명을 위한' 의료 행위 속에서도 돈은 바쁘게 움직인다. 저자는 "사람들이 이식 센터에 가는 것은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장기를 사러 간다"고 단언한다. 환자가 장기 제공자에게 직접 돈을 지불해 구매하진 않지만, 적출부터 이식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빈민국의 장기 브로커는 물론이고 선진국의 의료 기관 역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는 표면적으로 '무료'이되, 장기 이식이란 의료 서비스는 결코 무료가 아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장기 이식 사업은 질레트(미국의 면도 용품 생산 회사)의 유명한 비즈니스 모델과 닮았다. 질레트는 면도기 손잡이는 공짜로 제공하는 반면, 면도날에는 높은 가격을 매긴다." (35쪽)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난자 매매와 대리모 계약 역시 실상은 다르지 않다. 저자에 따르면, 이 수익성 좋은 '사업'은 "좋은 의도를 가진 의사와 조립 라인의 사기꾼, 절박한 부모, 사업가답지 않은 사업가 등 가임기 여성이라는 한 가지 '원료'를 놓고 경쟁하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147쪽)

이 '원료'들 사이에서도 상품 가치는 인종이나 학력 등 계급적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진다.

"미국에서는 SAT 점수 100점당 난자 가격이 2360달러 정도 올라간다. 한편, 키예프에서 예비 호르몬 주사를 맞고 키프로스로 날아와 난자를 추출한 뒤 사후 관리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교육받지 않은 우크라이나 여성은 난자에 대한 대가로 몇 백 달러밖에 받지 못한다." (149쪽)

아시아 극빈층 여성이 대부분인 대리모들은 집단 거주지에서 사실상 감금당한 채로 아이를 출산해 서구로 '배송'하지만, 이들이 출산 중 생명을 잃거나 출산 이후 후유증에 시달려도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다. 인도에서 대리모 여성들의 현실은, '인간'의 아기를 대신 낳아주고 곧바로 폐기 처분되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SF 영화 <아일랜드> 속 복제 인간의 현실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 마이클 베이 감독이 만든 영화 <아일랜드>의 한 장면. ⓒ드림웍스&워너브라더스


당신도 '잠재적 소비자'일 수 있다

저자가 생생하게 기록한 이런 참혹한 르포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독자들은 한 가지 생경한 사실에 직면한다. '인체 시장'이란 단어가 가져다주는 비윤리적이고 혐오스러운 이미지와 달리, 선진국의 합법적 대리모제와 제3세계의 불법적이고 야만적인 장기 적출의 차이점을 구분하는 데 혼란을 느끼게 된다.

더욱 불편한 진실은, 대개 착취를 통해 굴러가는 이런 인체 시장에 '우리' 역시 '잠재적 고객'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아기를 원하는 불임 부부이든, 사랑하는 이가 장기를 구하지 못해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이든, 아니면 하다못해 미용실에서 가발을 맞추거나 붙임 머리를 하는 고객이든. (실제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유통되는 인체 조직은 30만여 개로, 그중 78퍼센트를 수입에 의존한다.)

그 잠재적 고객이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그 인체 상품들이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더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5년간 레드마켓 현장을 취재한 저자는 "피 흐르는 부검 장면이나 범죄자들이 인간 재료를 수확하기 위해 얼마나 바닥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 더 이상 충격을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어깨만 으쓱해 보이면서 얼마나 일상적으로 공급망을 당연시하는지가 놀라울 뿐이다." (283쪽)

해법은 결국 투명성? 그리고 남는 질문들

이런 처참한 현실에 대해 저자가 던지는 해법은 결국 '투명성'이다. 대체용 인체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멈추지 않는 이상, 매매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 불법적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이 거래에 '이타심'을 기대하는 것 역시 의미가 없다고 단언한다. 이타적인 세계에선 아무도 다른 사람을 사고팔지 않으며(그러나 우리는 그러한가?), 신체라는 '원료'를 이타주의에 의해 필요만큼 수급하는 것 역시 거의 불가능하다는 현실(당장 당신의 가족이 이식 대기 순번이 될 때만을 기다리다 죽어간다면?) 때문이다.

"이타주의는 신문이나 의회에서 쓰기에는 좋은 말이지만, 절대 인체를 수집하거나 분배하기에 믿을 만한 기반은 아니다. 최선의 경우에는 레드마켓에 공급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상을 줄일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이타심이 인체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착취하기 위한 편리한 변명이 되어줄 것이다." (286쪽)

더 나아가 저자는 "우리 모두가 레드마켓의 고객이라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을 수긍한다면, 잔인하지만 "중고차를 구매할 때와 같은 기준이 인체를 구매할 때도 적용되어야 한다"(287쪽)고 말한다.

중고차를 사기 전에 고장 여부나 사고 기록을 확인하듯, 아이를 입양한 부모가 친부모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아동의 납치 및 인신매매 가능성을 줄이고, 장기 이식의 경로를 공개해 불법적인 적출이나 매매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인간의 신체가 합법적 제도 안에서 투명하게 거래된다면, 과연 그 거래는 정당한가? 서구 자본주의가 제3세계의 노동력을 싼값에 소비하듯, 그들의 장기를 구매하고 나름의 '정당한' 비용을 지불한다면 문제가 사라지나? 아니, 인체 매매에 있어 '정당한' 비용 자체가 성립될 수 있을까?

여러 윤리적 물음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제시한 '실용적' 해법은, 어쩌면 이 거래 속에 내재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고려할 공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의미할 것이다.

인간이 질병을 갖고 있고 그 질병을 치료할 의학이 존재하는 이상, 더 나아가 이 '대체형 인체'를 공급할 시장이 뒷받침하는 이상, 저자의 경고대로 레드마켓은 모든 이가 '잠재적 고객'으로 그 구성에 동참하고 있는 일종의 '사라지지 않는 지옥'인 셈이다.


"당신도 로레타 하디스티가 아닌가?"

1947년 발행된 <라이프> 잡지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은 레드마켓을 둘러싼 지금의 '윤리적 공백'을 예고한다. 사진엔 로레타 하디스티라는 미국 여학생이 멕시코의 한 공동묘지에서 파헤쳐진 묘지와 그 위에 널브러진 뼈들을 스케치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학생이 다니는 대학엔 두 가지 유형의 몸이 필요했다. 우선 수업료를 낼 수 있는 선진국의 '살아 있는' 학생이 필요했고, 본인도 모르게 해부학 스케치의 모델이 되어줄 지역 주민의 '죽은 몸'이 필요했다. 로레타에게 뼈를 어떤 식으로 무덤에서 빼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이 해부학 연구에 좋은 소재인지가 중요했다.

저자는 60여 년 전에 찍힌 이 사진이 "지금까지 존재해온 모든 레드마켓의 축소판"이라고 말한다. 투명성 강화라는 다소 '패배주의적' 결론을 내놓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당신도 로레타 하디스티가 아닌가?"라고 되묻는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독자들이 무겁게 떠안게 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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