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미사를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왼쪽 가슴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 모양 배지다.
이날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앞서 교황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직접 만나 위로했다. 지난 7월 8일 안산 단원고를 출발해 팽목항을 거쳐 미사 하루 전에 대전에 도착하는 38일 간의 ‘도보순례’를 진행한 세월호 희생자 고(故) 이승현 학생의 아버지 이호진 씨와 고(故) 김웅기 학생의 아버지 김학일 씨 등을 포함해 10여 명이 미사 전 제의실에서 교황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 전 입국 공항에서도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했던 교황은 이날 미사 중 삼종기도에서도 “우리는 특별히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하여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 대재난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라고 기도했다. 이어 교황은 “세상을 떠난 이들을 평화 안에 맞아주시고, 울고 있는 이들을 위로해 주시며, 형제 자매들을 도우려고 기꺼이 나선 이들을 계속 격려해 달라”며 기도했다.
미사에 시작 직전 교황이 오픈카를 타고 경기장을 돌며 신도들과 인사를 나눌 때도, 그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앉아 있는 곳에서 내려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유가족 30여 명이 이날 미사에 참여했다.
이날 미사 강론에서 교황은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고 밝혔다. 이어 교황은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들을 거부하기 빈다”며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및 강론 전문 보기)
이날 미사가 열리는 대전 월드컵경기장으로 오면서, 교황은 헬기가 아닌 KTX열차를 이용했다. 교황을 위해 특별 편성된 열차가 아니었다. 교황은 일반인들과 함께 열차를 탔다. 경기장에 들어설 때도 소형차인 '쏘울'을 탔다. 미사가 열린 경기장에도 이른바 '귀빈'을 위한 특별 배려는 없었다. 특권을 거부하는 교황의 평소 생각이 담긴 결정이다.
다음날인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순교자 124위 시복식에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 600여 명이 참석한다. 유가족은 원래 참석이 예정돼 있지 않았으나, 교황의 전격적인 배려로 참석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측은 “이미 (시복식) 자리 배치가 끝났지만 신도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조금씩 좁혀서 앉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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