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농성에 대한 경찰의 도 넘은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경내로 진입하는 유가족이 경찰의 제지 과정에서 부상당한 데 이어 13일에는 경찰 대치 중 실신하는 사태에 이르자 유가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 "주저앉아 우는 유가족…경찰 "어쩌라고"")
이날 오전 세월호 유가족 7명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이들은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을 약속한 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청와대 쪽으로 걸었다.
그러나 경찰이 이들을 막아섰고, "집회시위법 위반"이라며 해산 명령을 내린 뒤 유가족들을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고(故) 최성호 군의 아버지 최경덕 씨는 경찰에게 사지가 들린 채 끌려 나오다 실신했다. 고(故) 박예지 양의 어머니 엄지영 씨는 경찰이 자신을 끌어내려 하자 가방 끈으로 목을 감고 항의했으나, 경찰이 이를 무시하고 목이 졸린 상태 그대로 끌고 가 결국 실신했다. 두 유가족은 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목에 졸린 상처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
이후 남은 유가족과 시민들은 오후 4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맞은편 상점 앞에서 폭압적인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을 규탄하고, 다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 200여 명이 회견에 참석한 유가족 30여 명을 에워쌌다.
국민대책회의 이원호 활동가는 과잉진압하는 경찰을 5.18 광주항쟁 당시 계엄군에 비유했다. 이 활동가는 "여러분은 그저 명령에 따랐다고 할 거다. 그러나 1980년 광주에서도 명령에 따랐던 군인들이 국민을 죽였다. 2009년 용산에서도 명령에 따랐던 경찰들이 철거민들을 죽였다"며 "여러분은 그 명령 때문에 가족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했다.
고(故) 박성호 군 어머니 정혜숙 씨는 자신들 앞을 가로막고 선 경찰들을 향해 "저희를 막는 힘으로 대통령께 가서 유가족을 만나달라고, 그래서 여러분을 귀찮게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을 먹여 살릴 돈을 주는 사람은 국민이다. 대통령이 아니다. 착각하지 말라"며 각성을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목에 졸린 상처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며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막막한 심정으로 죽었구나 생각하니 지금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며 서러움을 토로했다.
고(故) 이창현 군의 아버지 이남석 씨는 "사랑하는 아들 찬영이가 죽도록 보고 싶다"며 "특별법 만들지 말라. 저희 아들 살려달라"고 흐느꼈다.
고(故) 김재욱 군의 어머니 홍영미 씨는 "대통령이 저희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물어보면 '우리 재욱이'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욱이 살려달라고 하면 대통령이 살려내실 수 있나. 그건 당신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제대로 된 특별법은 만들 수 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왜 안 하시는 거냐"며 대통령이 특별법 제정을 위해 직접 나서주기를 요구했다.
유가족 가운데 일부는 4시 회견 이후에도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답변이 올지도 모른다며 청와대 앞 인도에 걸터앉았다. 그러나 경찰은 '공공기관 난입'의 우려가 있다며 다시금 세 차례에 걸쳐 해산 경고를 하는 등 과잉 대응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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