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0여 일 만에 다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선거법상 공무원 중립의무 조항 위반' 판단을 내리고, 선거중립의무 준수요청 공문을 재차 발송키로 했다.
중선관위는 18일 밤 7시간 동안의 마라톤 회의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다만 선관위는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평가포럼발언에 대해 판단했던 지난 7일과 마찬가지로 사전선거운동 여부에 대해선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청와대는 이번 판단이 나오기 전에 "선관위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정책적, 정치적 발언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헌법적 절차도 밟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11일 만에 다시 선관위로부터 위법 판정을 받은 청와대는 헌법소원이나 권한쟁의청구심판 같은 법적 절차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전과 쌍둥이 판단 "중립의무는 위반, 사전선거운동은 판단유보"
선관위는 이날 오후 9명의 위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 8일 노 대통령의 원광대 특강, 6.10 민주화항쟁 20주년 기념사, 한겨레신문과의 특별인터뷰에 대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했다.
선관위는 이날 밤 "원광대 강연과 6.10항쟁 기념사, 한겨레신문사 인터뷰에서 특정정당 및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고,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여권의 대선 전략에 대해 언급한 것은 공무원의 선거에서의 중립 의무를 규정한 선거법 9조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 7일 참여정부평가포럼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중립 의무에 위반됨을 결정하고 대통령에게 선거중립 의무 준수를 요청했음에도 재차 이런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다시 한 번 선거법 준수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다만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앞으로 상황을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며 처벌조항이 있는 사전선거운동 부분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선거중립과 관련된 선거법 9조에는 처벌조항이 없다.
헌법적 판단 묻는 절차 빨라질 듯
지난 2일 참평포럼 특강에서 나온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끔찍하다",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 누가 대운하에 투자하겠나", "독재자의 딸이" 등의 발언으로 선거중립 위반 판정을 받은 노 대통령은 선관위 판단 바로 다음날인 8일 원광대 특강에선 "선거중립은 유례없는 위선적 제도"라며 다시 한나라당을 맹비난한 바 있다.
또한 10일에는 "군사독재의 잔재들이 아직도 건재하다"며 한나라당을 비판했고 13일 한겨레 인터뷰에서는 "열린우리당에서 선택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이 세 발언 가운데 어느 것에 대해 선거중립위반 판단을 내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원광대 발언이 '현행법과 헌법기관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 높아지자 지난 11일 "선관위와 현행 선거법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 본인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선관위를 존중하지만 위헌적 요소가 있는 사항에 대해 위헌판단의 절차는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선관위의 결정으로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 사이에 선관위가 두 차례나 현직 대통령에게 법률준수 공문을 발송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노 대통령이 이같은 판단에 승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가 헌법적 판단을 묻는 수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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