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범여권 소통이 문제"라고 정부 여당에 쓴 소리를 했다. 김 의장은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야 '입법 전쟁' 이후의 심기를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동의안 단독상정 강행을 예로 들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다 소통의 문제다. 총괄적인 범여권 소통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감이긴 하지만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무리하게 상정했는데, 미디어법은 급하게 해야된다면서 왜 무리수를 안 썼느냐"며 "(미디어법은)12월에 급하게 법을 제출했고 수정안은 24일에 냈다. 1주일만에 법을 통과시키자는 것은 국회의원과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본 것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요구 거부 등으로 "친정을 배반했다"는 비난이 쏟아진데 대해 그는 "이명박 정부를 돕겠다는 생각은 마찬가지"라면서도 "청와대와 국회의 일하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고, 한나라당 일부의 방식과 국회의장의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 소통이 잘 됐으면 될 텐데 그것이 잘 안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특히 미디어법은 9일에야 처음 한나라당 당직자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국회의장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몰랐다. 국민들은 더더구나 몰랐다"며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지 않은 자신의 소신을 설명했다.
김 의장은 "직권상정이란 마구잡이로 흔드는 칼이 아니다. 국민이 충분히 알게 한 후 해도된다"며 "이렇게 급한데 왜 (직권상정으로) 안 도와주느냐고 서운해 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급한 법이면, 정부는 그간 뭐하고 있었냐"고 꼬집었다.
김 의장은 "한나라당 출신으로서 오히려 당을 곤란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배신자라는 등 모욕적인 이야기까지 들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 의장은 자신의 직권상정 원칙에 대해 "원천적으로 안하겠다고 하면 그게 빌미가 돼 대화와 협상을 안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직권상정 카드를 함부로 쓰지는 않겠지만 결코 직권상정을 포기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갑, 이정희, 문학진, "끝까지 법적으로 시비 가릴 것"
김 의장은 이번 국회 물리력 행사 사태와 관련해서 "지금까지는 정치적으로 유야무야 타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끝까지 법적으로 시비를 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 사무처는 민주당 문학진, 민주노동당 강기갑, 이정희 의원을 폭력 등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김 의장은 또 "(국회 폭력사태와 관련해) 반드시 제도적 개선책과 재발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경위 인력증원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개헌에 관심을 표명해왔던 김 의장은 "최초의 생각은 전혀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런데 작년 가을부터 몰아닥친 경제위기 상황에서 개헌논의를 한다는 것이 너무 한가롭다. 이것은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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