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의 단식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여야의 '진상 규명 없는 세월호 특별법' 합의 때문이다.
이미 고(故)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 씨는 8일로 무려 26일째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중이다. 유경근 대변인은 물과 소금, 효소를 먹지 않는 단수단염(斷水斷鹽)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관련 기사 : 세월호 유족들 "박영선이 뒤통수…여야 합의 불인정")
<프레시안>은 세월호 참사 90일 차였던 지난 7월 14일부터 유가족들의 주치의 역할을 해 왔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 최규진 씨에게 유가족들의 건강 상태에 대해 물었다. 한마디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답이 왔다. 심폐소생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 (☞관련 기사 : "단식 유가족, 피 토하고 쓰러져도 막을 힘 없어")
최 씨는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의 '단식 폄하 발언'으로 단식 중인 유가족이 매우 흥분한 상태라고 전했다. 산부인과 의사 출신인 안 의원은 지난 7일 "제대로 단식을 하면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어? 벌써 실려 가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한 바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는 하루 3번씩 하던 검진을 '상주 체제'로 바꿀지 논의할 예정이다. 잠시라도 자리를 비웠다가는 최악의 상황에서 응급 처치를 못할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은 최 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건 죽으라는 얘기"라며 진료 거부
프레시안 : 지금 단식 중인 유가족 상황이 어떤가?
최규진 : 방금 광화문에 들르는 길인데, 김영오 아버님이 진료를 거부하셨다. 어제 안홍준 의원의 얘기를 듣고는 "이건 죽으라는 얘기밖에 안 되는 거니까. 그렇게 나온다면 죽어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진료를 거부하셨다. 지금 국회로 가고 있는데, 유경근 대변인도 똑같은 입장이라 걱정이다.
김영오 아버님은 16일까지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물이나 소금은 끊지 않으셨는데, 유경근 대변인은 안홍준 의원 발언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것이다. 국회에 가서 일단 진료를 거부하더라도 물이나 소금은 끊지 말자고 설득해야 할 것 같다.
참사 90일 동안 스트레스 받은 상황에서 단식 돌입
프레시안 : 세월호 참사 90일 차인 7월 14일 처음 가족들이 단식에 돌입했다. 그때 이미 건강 상황이 많이 안 좋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경과를 알려 달라.
최규진 : 가족대책위가 처음 단식을 하겠다고 했을 때, 기저질환(혈압, 당뇨, 천식, 심장병, 뇌혈관질환, 소화기질환 등 갖고 있던 지병)이 있으신 분은 절대 참여하면 안 된다고 권고 드렸다. 그렇게 걸러진 열다섯 분이 시작하셨다.
그런데 그렇게 걸러진 열다섯 분조차 단식을 하기 전부터 맥박, 심장소리, 호흡 등이 매우 나빴다. 며칠 단식한 것처럼 몸 상태가 불안정했다. 이미 90일 동안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시작한 단식이라 특히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아니나 다를까 4일째부터 한 분씩 병원으로 후송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도 정치적 상황이 나쁘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까, 6일 차쯤에 추가로 아홉 분이 단식에 결합하셨다. 그런데 그 아홉 분이 정말, 상황이 심각했다. 뇌혈관 질환 있으신 분, 쓸개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받으시는 분도 있었다. 지병 때문에 단식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 단식을 한 것이다.
단식 중인 유가족들이 집회 때 발언하고, 행진하고, 뙤약볕에서 기자 회견하다가 한 분씩 다 응급실에 후송됐다. 기저질환 때문에 여러 약을 드시던 한 유가족은 뙤약볕에서 발언하다가 피 토하고 쓰러지셨다.
프레시안 : 단식을 중단한 유가족들 건강 상황도 우려되는데.
최규진 : 쓸개에 문제가 있으셨던 분은 단식 후유증으로 수술까지 하셨다. 복식하고 회복하는 기간에 후유증이 남은 분들이 많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안홍준 의원이 발언해서 의사로서 난감하다)…. 그분이 의사 출신이라는 게 부끄럽다.
이미 체중 15% 빠지고, 호흡 곤란 호소
프레시안 : 단식이 더 길어지면 어떤 우려가 있나?
최규진 : 지금은 다 쓰러지고 김영오 아버님 한 분 남았데, 그분도 원래 기흉(폐에 구멍이 나는 병)을 앓으셨다. 단식하면서 체중도 15% 빠졌고, 현재는 호흡 곤란을 호소하고 있다.
굉장히 걱정이 많이 되는 상황에서 어제 안홍준 의원의 발언을 듣고 흥분해서 진료 거부까지 하니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렇게 과도한 의지로 버티다가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 우려될 수 있다. 그 타이밍에 심폐소생술을 못 한다든가, 의료진이 제대로 대응 못 하면 큰일이다. 그래서 하루 3번 방문 진료 체제에서 24시간 상주 체제로 의료 지원 체계를 바꾸려는 논의를 내부적으로 하고 있다.
프레시안 : 물과 소금을 끊는 단식은 더 위험하겠다.
최규진 : 단수단염은 며칠도 못 간다. 게다가 유경근 대변인은 단식을 중단한 지 일주일도 안 됐기 때문에, 지금 제대로 복식 관리를 안 받으면 '복식 증후군'이라고 다른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물과 소금까지 끊으면, 보통 사람이 물과 소금을 끊어서 2~3일 후에 쓰러지는 것보다 위급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