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의 한라산소주에 이어 ㈜제주소주가 내놓은 제2의 지역소주가 제주에서 곧 출시된다. 그동안 ‘1도 1사’라는 원칙이 이어져온 소주 시장에서 전국 첫 제2의 지역소주라는 점에서 소비자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제품 개발, 신제품 출시 등으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서로 유사한 명칭을 제품명으로 사용하고 있어 향후 법적 대응까지 감지되고 있다. 전국 최초 제2지역 소주의 등장과 그로 인한 지역소주 시장의 영향 등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60년 넘게 제주에서 소주를 생산해온 ㈜한라산과 최근 제2지역소주로 한라산에 도전장을 던진 ㈜제주소주가 각각 올래, 올레라는 명칭으로 8월부터 신제품을 선보이기로 해 두개의 향토소주간 치열한 시장경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두 제품이 사실상 동일한 의미와 발음으로 불리는 '올래(올레)'를 상품명으로 예고한 상태여서 소비자들이 음식점 등에서 “올레(올래)소주 줍써”라고 주문할 경우, “어느 올래(올레) 소주 마씨?”라고 되물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상표분쟁이 불가피한 이유다.
양 기업은 이 문제를 제품 이미지와 매출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판단해 법적 분쟁을 검토하는 등, 제주지역 소주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우선 후발주자인 (주)제주소주가 오는 8월 6일 출시할 신제품의 정식명칭은 ‘제주올레 곱들락 소주’와 ‘제주올레 산도롱 소주’ 등 두 종류다. (주)한라산이 8월 15일부터 생산하는 소주는 ‘한라산 올래소주’다. 양 사 모두 제품의 라벨 디자인에서 ‘올레, 올래’를 제일 크게 강조하고 있다.(사진 라벨 참고)
문제는 올레와 올래 두 단어가 같은 발음으로 불린다는 점이다. 엄연히 다른 회사의 두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동일한 제품으로 인지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주류 분야에서 '올래' 상표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주)한라산은 (주)제주소주가 명칭을 바꾸지 않을 경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주)한라산은 최근 법률 대리인을 통해 (주)제주소주가 올레라는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제품명을 변경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요청 건에 대해서는 8월 4일까지 답변해야 하며 요청을 거부한다면 법적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정보검색사이트 키프리스에 따르면 제33류(소주, 청주 등)에 한해 '올래' 상표권은 2008년 12월 주식회사 올래가 최초 등록한 뒤 올해 7월 2일 (주)한라산이 권리를 양도받았다.
(주)한라산 측은 올래 상표를 사용하기 위해 상표권 보유회사 측과 2011년부터 접촉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고, 최근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며 상표권을 확보한 만큼 당연히 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주)한라산이 소유한 '올래'와 (주)제주소주의 '올레'는 엄연히 따지면 제주어로 사용 중인 명사지만 ‘상표의 칭호, 외관, 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해 거래상 상품출처의 오인, 혼동의 우려가 있는 상표는 유사한 것으로 본다’는 상표심사기준에 따라 같은 의미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레 명칭을 제품에 새겨 6일부터 시장에 출시하겠다고 밝힌 (주)제주소주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예고한 그대로 소주를 출시할 경우 (주)한라산과 법적인 공방을 벌여야 하거나, 아니면 제품명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 모두 상당한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당장 8월에 새로운 소주를 출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라 상표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그어느때보다 높다. 하지만 동시에 해결의 기미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양 측 모두 상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주)제주소주 측은 (주)한라산의 요청을 확인한 상태이며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천수올레, 삼다소주 등 22건의 상표를 출원하면서 대안을 찾고 있다.
(주)한라산 측도 (주)제주소주가 상표에 직접적으로 올래(올레)를 지칭해 사용하지 않는다면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양 기업이 접점을 찾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도1사 시절 제주를 대표해온 (주)한라산 소주에 맞서 전국최초 제2의 지역소주로 탄생한 (주)제주소주가 제품명을 놓고 출발부터 치열한 법적분쟁을 예고하는 등 향후 제주 소주시장에서의 불가피한 출혈경쟁을 바라보는 도민들이 시선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제주의소리=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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