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한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대선의 쟁점이 돼야 한다"며 "그것은 정치개혁이고, 언론개혁이고, 그 다음에 복지와 양극화 해소 이 세 가지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남북 간 평화협력의 발전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월 연두기자회견에서 대선 쟁점을 묻는 질문에 "제가 말한 사회복지, 사회적 자본, 사회 투자에는 확실한 차별성이 있다. 그 차별성을 가지고 전선이 이뤄지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5개월 여 만에 '정치개혁, 언론개혁'이 맨 앞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정치권, 언론과 부쩍 대립각을 강화하고 있는 노 대통령의 최근 행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향후에도 본인이 정치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후보를 지명해 힘을 몰아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나는 열린우리당에서 '선택'된 후보를 지지한다. 불변이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한겨레 신문>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적대적 언론과 야당의 중상모략에 진보언론과 우리당이 따라간다"
노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참여정부가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는 자신의 소신을 되풀이하며 선거중립 문제, 범여권 통합 문제, 기자실 문제 등 최근 현안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이 제기하고 있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공세를 '민주세력에 대한 폄하'로 확장했다.
노 대통령은 "적대적 언론과 야당의 악의적인 중상모략이 가장 결정적"이라며 "이제 진보언론도 슬슬 따라가고, 나중에 열린우리당도 슬슬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민주진영이 취약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능하다고 말해야 될지도 모르겠다"며 "자기의 정체성을 방어하는 데 너무나 무기력하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은 경제를 부도낸 정당"이라며 "잃어버린 10년이 있다면 그것은 한나라당이 만든 재앙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민주노동당을 향해서도 "대안도 없고, 정책의 실용성과 책임성도 없고 반대만 하는 근본주의 아닌가"라고 화살을 날렸고 진보진영에 대해서 "대안 있는 비판을 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그는 "개방을 반대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없다. 반미도 대안이 아니다"며 "근본주의 노선이나 비타협 노선은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손학규 그 양반이 경선 하고 않고는 내가 관여할 바 아니지만…"
정치개혁, 언론개혁을 대선 쟁점으로 제시한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가져야 할 자질과 덕목에 대해선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라며 "정치지도자는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근태 우리당 전 의장의 대선 불출마와 탈당 선언 및 범여권의 행보에 대한 평가를 주문하자 노 대통령은 "정치인은 뚝심과 배짱이 있어야 한다"며 "회사가 부도 나서 어렵다고 나가서 떠들고 다니고 사장 흔들고 그러면 안 날 부도도 진짜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어리석은 짓이고 자충수다. 뚝심이 없으니까 그렇다"고 거듭 평가절하했다.
그는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에 대해서도 "그 양반이 나중에 가서 경선을 하고 안하고는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지만 왜 범여권이냐? 반한나라당이지"라며 "손학규 씨는 (범여권 규정에서) 빼달라고 신문에 크게 써달라"고 마뜩찮은 심사를 내비쳤다.
'대통합론'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노 대통령은 "아무 질서도 없이 전당대회도 안 하고 해체하는 불법적 해체에 반대한다"며 "그러나 통합이 안 되면 우리당 (그대로) 가야 한다. 얼마나 뜻이 좋은 정당이고 자원도 그만한 자원이 어디 있냐"며 우리당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명해서 힘을 몰아주는 일은 안 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지명한다고 다음 후보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어리석은 짓은 절대 안 한다"고 '경선중립'을 강조했다.
"남북 정상회담, 지금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 문제에 대해서도 "선거중립과 정치적 중립은 구별이 안 된다"며 "지금 저 양반들(한나라당) '정권교체' 말하고 다니는데 전부 사전 선거운동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선관위가 이런 위헌적 요소가 있는 법을 해석할 때는 최대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한 후 "위헌 판단의 절차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끔찍하다는 식의 발언은 너무 심하지 않았냐는 비판도 있고 대연정 제안 당시 우리당과 한나라당에 별 차이 없다는 발언에 비교하면 일관성도 없다'는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한 정치인으로 강연한 언어의 수사를 가지고 적절하네, 안 적절하네 얘기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사람들(한나라당)이 나한테 퍼부은 수사보다는 훨씬 점잖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6자회담 선후 논쟁'에 대해서 "북핵 문제를 두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대한 국민적 동의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6자회담 우선론에 손을 들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정상회담으로 북핵문제를 푸는 것은 (적합한) 과정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전임 사장(대통령)이 발행한 어음은 후임 사장이 결제하는 것"이라며 "두 달이 남았든 석 달이 남았든 내가 가서 도장 찍어 합의하면 후임 사장이 거부 못한다. 맞춰서 하겠다"며 자신의 임기 내 정상회담 성사 의지를 드러냈다.
"부동산 정책은 성공…양극화도 개선 중"
부동산, 양극화 등 경제현안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뭘 잘못했냐'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강남 집값 오른다고 서민들이 정말 크게 피해 보냐? 강남 집값이 올라갈 때 어쨌든 잡았고 다른 곳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부동산 정책은 성공한 것으로 봐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냉정히 평가할 때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노 대통령은 "시행착오는 인정하지만 정책환경에 비춰 어지간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체감 경제도 나쁘고 양극화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양극화도 내가 물려받은 것 아닌가?"라며 "양극화도 2004년 이후에는 개선되고 있다"며 일반적 인식과 다소 동떨어진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경제 지표나 수치 등을 가지고 너무 자화자찬하는 것은 국민 인식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 그런 것들이 국민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자화자찬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 자체가 보기에 따라서 감정적 공세"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이 보고 자화자찬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느끼면 되는 것이지, 언론이 왜 자화자찬이라고 이름 붙이느냐"면서 "그게 우리 언론의 병폐 아닌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