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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의 가볍디가벼운 밀알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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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프레시안의 가볍디가벼운 밀알이 되겠어요"

[이 주의 조합원] '부담 없는' 참여 고민하는 이후철 조합원

조합원 커뮤니티 아이디 '피터팬79'. 오래전부터 후원회원 '프레시앙'이었던 그는 언론 협동조합 출범과 동시에 조합에 가입했다. 그리고 그 후, 말 그대로 "조용히" 살았다. 어떤 조합원 모임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던 그다. 그런데 근래 들어 아이디 '피터팬79'가 조합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최근 활동을 본격 시작한 조합원 '책 읽기 모임'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누가 이 사람 이렇게 바꿔놨나, 이 사람 갑자기 왜 이러나 궁금했다. "프레시안의 가볍디가벼운 밀알이 되겠으니 지켜봐 달라"는 이후철 조합원을 소개한다. 다음은 지난 3일 오후, 58분에 걸친 인터뷰인지 수다인지를 요약 '재구성'한 일문일답이다. 편집자

프레시안 : 안녕하세요. 

이후철 : 왜 저를 인터뷰하시려는 거죠. 제가 (조합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자꾸 분탕질을 쳐서 그런가요. 

프레시안 : 그런 이유가 전혀 없진 않아요. 

이후철 : 그렇죠. 그럴 줄 알았어요….

프레시안 : 책 읽기 모임도 열심히 하고 계시고, 게시판 활동도 활발하시던데.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죠. 

이후철 :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레시안 :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이후철 : 세월호요. 

프레시안 : 아….

이후철 : 사실 그전까지는 협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정말 충격이었어요. 어른들이 잘못해서, 내가 사회를 책임있게 살지 않고 내 삶만 보고 살아서 이런 일이 터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강하게 들더라고요. 

프레시안 : 그전에도 프레시앙(후원 회원)이셨죠. 

이후철 : 네. 저 같이 시간을 많이 내기 힘든 직장인이 하기 좋은 게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거나 후원하는 거잖아요. 언론 문제에 항상 관심이 많았어요. 대한민국의 여러 문제 중 하나가 바른 언론이 없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프레시안을 후원하게 됐어요. 

프레시안 :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후철 : 전에 (주식회사에서) 조합으로 전환할 때도, 조합 가입하라고 전화 오신 여자 기자분도 '가입하겠다'고 하니 마구 '감사하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때 좀 이해가 안 됐어요. 당연한 건데 왜 감사하다고 하시지... 

프레시안 : 하하하. 당연히 감사하죠. 

이후철 : 그런데 후원이란 게 '양날의 검'인 거 같아요. 후원하고 있으니 '난 할 걸 다 했다'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바꾼 게 세월호 참사였죠. 때마침 '책 읽기 모임'을 한다는 조합 공지 메일을 받았어요. 일단 여기서부터 시작해야겠다 생각을 했죠. 

이후철에게 국가란? "내 만화 규제하는 억압과 통제"

프레시안 : 그렇군요. 책 읽기 모임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지난 19일에 첫 번째 모임이 있었죠. <국가란 무엇인가>(유시민 지음, 돌배게 펴냄)를 읽고 여섯 분이 모여 토론하셨다고요.  

이후철 : 네. 모임이 되게 좋았어요. 저는 올해 서른여섯 살인데 제가 막내더라고요. 60대 조합원도 있었고 50대 조합원도 있었고, 그러고 보니 연령층마다 한 두 분씩 계셨어요. 그만큼 책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느껴졌어요. 국가가 국민에게 가져야 하는 기본적 태도를 꼬집는 책의 내용도 좋았고요. 

프레시안 : 오. 저도 한 번 꼭 가봐야겠네요. 안 그래도 장서진 조합원님께 가보겠다고 말했었는데!

이후철 : 오세요 오세요. 그런데 제가 진짜 이 인터뷰 해도 되는 건지... 책 모임은 장서진 조합원님의 제안으로 시작됐거든요. 전 그냥 뒤늦게 낀 거라….

프레시안 : 괜찮습니다. 흐흐. 그날 나온 이야기들이 궁금하네요.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사람이 '국가의 실종'을 얘기하잖아요. 아마도 각자가 경험한 '국가' 이야기가 많이 나왔을 거 같은데, 이 조합원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요. 

이후철 : 어휴. 그 얘기하려면 긴데요. 

프레시안 : 남는 게 시간입니다. 

이후철 : 그런데 일요일에 이렇게 일하시면 수당이 나오나요? 

프레시안 : 안 나옵니다. 

이후철 : 아…. 진짜요?

프레시안 : 1년여 전까진 꼬박꼬박 줬는데 최근에 회사 사정이 흑. 시간 외 근무하면 대신 휴가를 주는데요, 휴가는 잘 줘요. 좋은 회사입니다.  

이후철 : 아…. 아무튼 원래 얘기로 돌아오면요. 저한테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옥죄는 것이었어요. 제 중고등학교 삶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게 만화거든요. 1997년 일진회 사건 이후 '청소년 보호법'이 만들어졌잖아요. 제가 정말 좋아하던 만화들, 어떤 면에선 교과서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만화들을 '꼰대'들의 자대로 재단해서 보지 말아야 한다고, 그렇게 '어이없게' 억압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때는 국가에 대한 반항심이라기보다는 어른에 대한 반항심이었죠. 

그런데 나이 들면서 세상 돌아가는 걸 관심 있게 보다 보니, 억압하려는 그들이 단순히 '어른'이 아니라 '국가'더라고요. 그래서 2000년대 초반에 만화 대여점이 늘고 만화 시장이 마구 죽어가던 때 '자유의 검은 리본' 온라인 활동도 했었더랬어요. 젊은 만화가들과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모여서 표현의 자유와 검열 문제를 가지고 목소리를 내곤 했죠. 

지금은 그런 억압의 대상이 만화에서 게임으로 옮아간 거 같아요. 요즘 게임을 규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예전 만화를 상대로 그랬던 거랑 양상이 똑같아요. 하지 말라는 것. 뭘 하지 말라고 자꾸 옴짝달싹 못 하게 옥죄고, 자기들이 하는 것을 따라오라고만 하는데. 국가가 사상의 자유, 행동의 자유를 잘 풀어줬으면 좋겠어요. 

"진보의 밀알도 좋지만, 프레시안의 밀알이 되겠어요"

프레시안 : 아이디가 피터팬 79인데, 그것도 만화와 관련돼 있나요. 

이후철 : 아주 관련 없지는 않아요. 지금도 만화를 좋아하고요, 나이가 벌써 30대 후반을 향해가고 있지만 어리고 발랄한 마음으로 살려고 해요. 

프레시안 : 오. 저도 발랄하게 살고 싶어요. 

이후철 : 가벼운 게 좋아요. 저는 엄숙주의가 싫어요. 프레시안 커뮤니티도 좀 가볍고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늘의 유머> 같은 느낌이었으면 해요. 출근해서 '오늘 뭐 재밌는 게 올라왔나' 하며 일단 접속해보게 되는 그런 사이트요. 

프레시안 : 그러게요. 그런데 그런 걸 누구나 잘하는 거 같지는 않아요. 저희 기사들만 봐도 좀 엄숙엄숙하잖아요. 

이후철 : 전 그런데 그게 좋기도 해요. 막 '지르기'에만 열광하는 언론보다 프레시안처럼 차분히 풀어주는 기사가 좋아요. 그래서 프레시안을 좋아하는 거고요. 다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조합원이나 일반 독자가 프레시안 지면이나 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 요즘 고민이 많아요. 

프레시안 : 그런 차원에서 책 모임도 진행되면 좋겠네요. 

이후철 : 네. 너무 무겁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자기 고민을 나누는 모임이 됐으면 해요. 그래서 책도 무거운 책만 읽기보다는 다양한 책, 때로는 30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나 만화책도 함께 봤으면 하고요. 발제나 독후감도 부담 없이 쉽게 쉽게 나누어 보면 좋겠어요. 저 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인터넷 게시판에서만 노는 사람도, 멀쩡히 잘 날뛰고 있으니 다른 조합원들도 부담 갖지 마시고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프레시안 : 계속 날뛰시는지 제가 앞으로 지켜보겠습니다. 

이후철 : 하하하. 네 지켜봐 주세요. 뭐 부담 갖지 마시고 한 번씩 '아 잘 뛰놀고 있구나' 해주시면 됩니다. 여하튼 프레시안 조합이 출범한 지 시간이 꽤 됐지만 아직 많이 확장하지는 못했죠. 그래서 외려 저 같은 사람도 뭔가 더 해볼 여지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더욱 프레시안에 애착이 가고요. 진보의 밀알도 좋지만, 프레시안의 밀알이 되겠어요. 하지만 매우 가볍디가벼운. 그러면서도 훅 불면 날아갈 수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밀알이 되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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