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전라남도 순천·곡성에서 당선됐다. 새누리당 전신인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을 포함해 보수 정당이 광주·전남 지역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는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무려 26년 만이다. 전라북도까지 포함한 호남 전체에서도 1995년 당시 신한국당 강현욱 의원이 군산에서 당선된 이후 18년 만이다. '지역주의'로 대표되는 영호남, 그 가운데 부산·울산·경남과 경북, 전라남북도는 각각의 '지역주의'와 다른 성향의 국회의원이 당선된 적이 있다. 그러나 대구는 1988년 소선거구제 이후 단 한 명의 진보·개혁 성향의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26년 만에 전라남도에서 국회의원이 된 새누리당 이정현. 2년도 채 남지 않은 2016년 20대 총선의 대구는 어떨까?
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대구시당위원장과 김부겸 전 의원은 소속 정당의 7.30재보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이정현 당선'을 높이 평가하며 "대구의 변화"를 기대했다. 홍의락 위원장은 대구지역 유일의 야당 국회의원(비례)이고, 김 전 의원은 2010년 4.11 국회의원 총선과 2014년 6.4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에 잇따라 출마해 각각 40.4%와 40.3%의 득표율을 올렸다. 낙선했으나 대구에서 야당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40%대를 기록했다. 홍 위원장은 북구을에서, 김 전 의원은 수성갑에서 2016년 20대 총선을 노리고 있다.
"호남이 조금 빨랐을 뿐...대구도 꽉 폐쇄적이지는 않다"
홍 위원장은 "호남 민심은 위대하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홍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호남이 조금 시간이 빨라서 그렇지, 대구도 이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 의원이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40%의 벽을 넘어선 결과를 예로 들며 "대구 민심도 이제는 예전처럼 꽉 폐쇄적이지는 않다. 많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대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야당을 이용하고 서로 균형을 맞춰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정현 당선 때문에 대구가 영향을 받는다기보다, 대구 시민의 마음이 이미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민심을 전했다.
홍 위원장은 지난 19대 4.11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20대 총선에서는 대구 '북구을' 선거구에서 대구의 첫 '지역구 국회의원'을 노리고 있다.
"지긋지긋한 지역주의 멍에, 국민 스스로 걷어낼 준비가 된 것 같다"
그러나 '이정현 당선'이 2년 뒤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재보궐 선거와 총선은 다르다. 총선은 총선만의 정치 지형이 있기 때문에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다"는 말이다. 다만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저에게 보내준 지지 속에 대구 변화에 대한 열망을 많이 느꼈다"면서 "지역주의에는 분명 금이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최근 7.30 재보궐 수도권 지원 유세를 다녔다. 김 전 의원은 당의 참패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너무 혼이 났다. 유권자들이 정말 냉정하더라"고 민심을 전했다. 김 전 의원은 2년 전 총선(수성갑)에서 40.42%(이한구 52.7%), 6.4지방선거에서 40.33%(권영진 55.9%)를 얻어 낙선했다. 두 선거 모두 새누리당 후보와 10%대의 차이였다.
'소선거구제' 1988년 이후 대구는 '보수정당 싹쓸이'
대구는 지난 재작년 19대 총선에서 12개 선거구 모두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경북 15개 선거구 역시 마찬가지로 '대구·경북 27대 0' 싹쓸이를 기록했다. 지난 6.4지방선거 역시 대구시장과 대구지역 기초단체장 8곳 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했고, 경북도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23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새누리당이 후보를 낸 21곳 중 '군위군수'(무소속 김영만 당선)를 제외한 20곳에서 당선됐다. 새누리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상주시장(무소속 성백영)과 청송군수(무소속 한동수) 선거는 '무소속' 후보가 차지했다.
대구에서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정당이 아닌 정당 후보가 마지막으로 당선된 국회의원 총선거는 1985년이었다. 당시 '12대 총선'에서 대구 6개 선거구 가운데 2곳에서 '신한민주당' 유성환(서구·중구), 신도환(수성구·남구) 후보가 당선됐다. 이 외에도 한국국민당(이만섭)과 민주한국당(목요상)도 당선자를 냈고, '여당'인 민주정의당은 김용태(북구·동구)와 이치호(수성구·남구) 2명에 그쳤다. 당시 총선은 한 선거구에 2명을 뽑는 '중선거구제'였다. 그것이 끝이었다.
민정-민자-신한국-한나라-새누리당, 2016 대구는?
1992년 14대 총선에서는 대구 11개 선거구 가운데 '민주자유당'(민정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합당)이 8곳을 차지했고, 나머지 3곳을 국민당(김해석·남구, 윤영탁·수성구을)과 무소속(정호용·서구갑) 후보가 당선됐으나 이들 역시 '진보·개혁' 성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는 '자민련(자유민주연합)' 바람이 거세, 대구 13곳 가운데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2곳(강재섭·서구을· 김석원·달성군)에 그친 반면, 자민련이 8곳을, 무소속이 2곳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들은 1997년 탄생한 '한나라당'으로 한 배를 타게 된다.
2000년대 들어서는 그야말로 '한나라당 싹쓸이'뿐이었다. 2000년 16대 총선은 대구 11곳 전체를, 2004년 17대 총선은 대구 12곳 전체를 '한나라당'이 휩쓸었다. 2008년에는 한나라당이 12곳 가운데 8곳 당선에 그쳤으나, 나머지 4곳의 당선자 역시 '친박연대'나 '친박'성향의 후보들로, 이들은 전원 한나라당으로 들어가 지금의 '새누리당'이 됐다. 결국,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총선부터 2012년 19대 총선까지 대구는 오직 '보수정당'이 싹쓸이한 셈이다.
26년 만에 전라남도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새누리당. 2년 뒤 대구는 어떨까?
평화뉴스=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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