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상태로 접어들었던 이스라엘의 대(對)팔레스타인 공습이 다시 시작됐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양측에 휴전안을 제시하려 했지만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군사 행위에 대한 명확한 지지가 없다며 휴전안을 보지도 않고 거부했다.
29일(현지시각)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이 전날 밤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가자 당국은 난민촌, 하마스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의 자택, 알아크사 방송국, 재무부 청사 등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가자의 화력발전소가 포격에 맞아 화염에 휩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현재 가자지구에서 취재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상훈 강원대학교 교수는 본인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밤새 포격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의 유리창이 포격으로 깨진 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벌어진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습으로 최소 30여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이스라엘이 지난 8일(현지시각)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이후 3주 만에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1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모든 것을 망쳤다"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국제사회는 양측에 조속한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가장 긴밀한 동맹국인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이 제시한 휴전안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완벽하게 자신들의 편을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케리 장관은 이달 초 이집트가 내놓은 휴전안과 거의 유사한 내용의 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케리 장관은 이스라엘에 하마스의 생명줄이자 무기 공급 통로인 땅굴을 없애는 작전을 멈추라고 제안하지는 않았다. 일단 양측이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스라엘 내각은 이를 두고 케리 장관이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을 명확하게 지지하지 않고 있다며 케리 장관의 휴전안은 "하마스에 항복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치피 리브니 법무장관은 "가자 극단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중재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케리 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언론들도 노골적으로 케리 장관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의 주요 일간지인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존 케리 장관의 휴전안은 곧 자신들을 '배신'한 것과 다름없다는 논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또다른 유력 일간지인 <하레츠>는 케리 장관이 "모든 것을 망쳤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케리 장관의 휴전안을 두고 "하마스의 로켓공격을 끝내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사키 대변인은 그러면서 휴전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잔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케리 장관의 노력을 폄하하는 이스라엘 언론 보도의 행태에 대해 실망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유대인 겨냥한 증오 범죄 잇따라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희생이 늘어가지만 여전히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이스라엘의 행태에 세계 곳곳에서 유대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가 늘어가고 있다. 미국 방송 CBS는 28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유대교 회당에 누군가가 페인트를 이용해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표식을 그려놓았다고 보도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2만 명의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던 영국 런던에서는 증오범죄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데일리 메일>은 이스라엘이 가자 공습을 시작한 이번 달에 증오 범죄가 100건 이상 신고됐다고 보도했다.
또 벨파스트에서는 유대교 회당에 벽돌이 날아들어 유리창이 깨졌고 맨체스터에서는 유대인 거주지에서 '히틀러 만세'를 외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게이츠헤드에서는 무슬림 청소년 4명이 유대교 랍비를 공격하는 등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 대한 반발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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