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립형사립고등학교 일부를 일반고등학교로 전환해 일반고 전체 질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 25개 자사고 교장들이 21일 "교육청에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나오면 법정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
배재고등학교 교장인 김용복 자사고교장연합회 회장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반계 고등학교 붕괴 문제는 과학고, 외국어고, 특수고, 전문계고와 같이 한꺼번에 분석해야지, 자사고만의 문제라고 하는 건 과장됐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특목고를 건드릴 수 없다면 자사고라도 일반고로 전환해서, 일반고를 살려보자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김 회장은 "과고, 외고는 극우수자라고 해서 건드리지 않고, 극우수자는 아니지만 중간 성적의 아이들이 와 있다고 해서 자사고를 해체한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사고가 귀족화됐다'는 비판에 대해서 김 회장은 "자사고가 1년에 약 300만 원 정도 등록금을 더 내는데, 한 달에 25만 원가량 더 드는 것"이라며 "귀족 학교가 아니고 그저 교육적 열망이 다소 높은 학부모님들이 자제분들을 보낸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지난 3월 발표한 '고교 유형별 학비 현황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고 고등학생 1인당 연평균 총 교육비는 777만6074원으로, 일반 사립고(296만6585원)와 공립고(277만4561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김 회장은 "자사고의 좋은 프로그램 덕에 실제로 사교육비가 감소되는 효과도 크고, 자사고에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도 일반계 고등학교보다 더 많다"고 덧붙였다.
"자사고가 서울시 교육청의 방침대로 폐지된다면 당장 어떤 문제점이 예상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회장은 "(자사고가 일반계 학교로 전환되면) 1학년 아이들은 일반계 등록금인 180만 원을 내고, 자사고 학생인 2, 3학년 학생은 자사고 등록금인 500만 원을 내는데 학부모들이 수용하겠느냐"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1학년은 빼고 2, 3학년 학생에게만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적용시켜 차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5년간 최대 14억 원까지 지원하겠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 김 회장은 "실제 필요한 금액은 40억 원가량"이라며 "14억 가지고는 저희들이 교육 활동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김 회장은 "만약에 교육청이 자사고를 지정 취소한다면, '자율형 사립학교 법인연합회', '학부모 연합회', 교장연합회, 총동문회가 서로 연대하여 저지할 생각"이라며 "법정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하고 당선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일반고 황폐화의 원인 중 하나로 자사고를 꼽으며 "자격 기준에 미달하는 자사고는 지정 취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교육감은 지난 16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서울 소재 32개교 일반고 교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자사고 정책을 대대적으로 전환하는 것도 일반고 전성시대를 만들기 위한 부분 정책"이라며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일반고로 하향 평준화하겠다는 게 아니라, 모든 일반고를 자사고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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