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을 5일 앞둔 19일,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함께 눈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 4.16 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이날 범국민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 5000여 명(경찰 측 추산은 5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6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15명을 포함, 200여 명의 세월호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범국민대회에 주최 측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한편, 참사 100일을 맞는 오는 24일에는 10만 시민들이 함께해줄 것을 요청했다.
유가족 "특별법, 수사권·기소권 넣어야"- 박영선 "수사권만이라도…"
이날 대회에 참석한 200여 명의 유가족을 대표해, 단원고등학교 2학년 8반 고(故) 지상준 학생의 어머니 강지은 씨가 단상에 올랐다.
"알면 알수록, 아이들을 구할 기회와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경은 단 한 명도 구해오지 않았습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세요. 왜 그 큰 배가 침몰했고, 어째서 우리는 아이들을 품에 안아보지 못하는지…. 이 어처구니없는 참사의 마지막 희생자가 사랑하는 제 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유가족들은 사고 진상을 규명하기에 여야가 제시한 특별법안이 미흡하다고 판단, 시민단체와 함께 자체적으로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국회에 입법 청원한 바 있다. 독립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해당 법안의 골자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특별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형사사법체계를 흔드는 일'이라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진상 조사를 위해서는 수사권 확보가 필수"라며 "수사권 부여를 위해 특별사법경찰관에게 부여되는 임무를 진상조사위에 부여하자고 (여당에) 말하고 있다. 그런데 산림청, 관세청 등 50여 개 기관에도 부여된 임무가 왜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는 안 된다는 것인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나 유족들에게 기소권은 포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거대 공룡 여당의 과반의석 때문에 특별법 통과가 힘들다"며 "수사권은 물론 기소권까지 필요하다고 주장하시는 마음을 잘 안다. 그러나 욕 먹을 각오하고 말씀드리면, 기소권은 양보하고 수사권만은 지켜야 한다"고 했다.
"살고 싶어요" 영상 속 절규에 광장 '눈물바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미공개 영상을 공개했다. 단원고 고(故) 김동협 학생이 배가 가라앉기 직전 촬영한 영상이다. (관련 기사 : "세상에서 가장 슬픈 라임…故김동협 군이 남긴 영상")
"지금 구조대가 오고 있대요. 해상 구조대. 내가 왜 수학여행을 와서! 나는 꿈이 있는데, 살고 싶은데! 내가 진짜… 해경이 거의 다 왔다고 하는데 나 살고 싶어요. 진짜로!"
김 학생의 절규와 함께 1만 5000명의 통곡 소리가 온 광장을 울렸다.
이어 유가족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흘러나왔다. 김 학생의 어머니 김성실 씨가 발언하는 모습도 나왔다.
"저희는 먹고살기 바빴던 부모들입니다. 저희들이 원하는 것은 한 가지입니다. 내 새끼들이 왜 죽었는지 궁금합니다. 몇 시간 동안 엄마와 아빠를 부르며 죽어갔는지 언제쯤 진상 규명이 될지."
유가족들이 흐느끼는 모습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곡 소리가 더욱 커졌다.
"오늘도 싸우고 나왔어요. 집에서 큰 아이가 너무 예쁘게 꾸미고 있어서 싸웠어요. 이런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내 새끼가 죽었는데, 어떻게 죽었는지를, 무엇이 두려워서 안 가르쳐주는지 알려주십시오. 아빠니까 엄마니까, 내 새끼니까 알아야겠습니다"
유가족 "누구도 다치지 말아달라"
유가족들은 대회가 끝난 후 여당을 압박하기 위해 국회로 향했다. 시민들은 광장을 빠져나가는 유가족들을 따뜻한 포옹과 박수로 배웅했다.
대회가 끝날 무렵, 유가족들은 지난 16일 세월호 수습 작업을 마친 소방대원들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참가자분들도 다치지 않고 연행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행진은 오후 6시40분 경부터 시작됐다. 대회 참가자들은 유가족의 요청대로 경찰과 충돌 없이 을지로, 종로 등을 거쳐 보신각까지 행진한 뒤 8시 10분 경 자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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