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입이 곧 자유로워진다. 그렇다면, 핵심은 관세율이다. 하지만 쌀 관세율이 얼마가 될지에 대해선 알 수가 없다. 정부가 입을 다물고 있는 탓이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건 일정뿐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쌀 수입허가제가 폐지되고, 올해 9월 30일까지 쌀 수출국에게 쌀 관세율을 통보해야 한다고 한다. 정부의 발표는 과연 타당한가. 빠진 내용은 없는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30일 정부에 쌀 관세율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하며 함께 던진 질문들이다.
"쌀 수입 자유화, 양곡관리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
민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추진하는 쌀 수입 자유화(쌀 관세화)가 양곡관리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숨기고 있다는 게다.
현행 양곡관리법 31조 1항 1호에 따르면, 허가 없는 쌀 수입은 징역 10년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쌀 수입허가제를 폐지하고 쌀 수입을 자유화하려면, 국회가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민변의 입장이다. 실제로 일본 국회도 1999년 쌀 수입 자유화에 앞서 양곡관리법을 개정했다. 요컨대 정부가 외국에 쌀 관세율을 통보한다고 해서 저절로 쌀 수입이 자유화되는 건 아니다. 국회가 양곡관리법을 고치지 않으면, 내년 1월 이후에도 허가 없는 쌀 수입은 계속 처벌받는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9월 말 쌀 관세율 통보, 내년 1월 쌀 수입허가제 폐지 등의 일정만 강조할 뿐이다.
그리고 민변은 올해 9월 말까지 쌀 관세율을 수출국에 통보한다는 방침도 국제법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쌀 수입을 자유화하는 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의 한국의 양허표를 수정하는 일이다. 현행 한국의 양허표에는 쌀을 ‘관세화 유예’하고 매년 40만8700톤을 수입한다고 돼 있고 쌀 관세율은 적혀 있지 않다. 한국이 쌀 관세율을 결정하면 이는 양허표를 수정하는 일이 된다. 그리고 세계무역기구의 양허표 수정 절차 규정에 따르면, 한국이 양허표 수정 절차를 마친 뒤 3개월 안에 수정된 양허표를 수출국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이런 절차에 따라 한국정부가 쌀 수입을 자유화하려면, 국회가 양곡관리법을 개정하고 대통령이 행정절차법에 따라 쌀 관세율 규정을 입법예고하고, 그날로부터 3개월 안에 수정 양허표를 쌀 수출국에 통보하면 된다. 따라서 쌀 관세율을 올해 9월 말까지 수출국에 반드시 통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이다. 그리고 쌀 관세율을 쌀 수출국과 협의해서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잘못이다. 국제 절차에 따르면, 쌀 관세율을 정하는 건 한국 정부의 몫이다.
한편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한 공식 입장 결정 시기를 잠시 늦췄다. 30일 결정 예정이었으나, 다음 달로 미루기로 했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추후 국회 등과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쌀 산업의 향후 발전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국회에 유전자조작 쌀 수입금지법 및 쌀 관세율 결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 및 쌀 수입허가제 폐지 특별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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