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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를 '세력'으로 받쳐 '대세'를 바꾼다?

[분석과 전망]노 대통령의 '임기말'과 '임기후' 구상

열린우리당이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결의한 6월 14일 통합시한을 앞두고 정작 통합 작업은 지지부진한 반면 "지역당으로 회귀는 안 된다는 것이 대의"라고 주장하는 친노진영은 세력을 결집하며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이같은 친노세력의 결집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말 구상'이 드디어 현실화하고 있다는 시각이 대세다. 특히 임기말의 가장 중요한 정치이벤트인 차기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구상은 '임기 후'까지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굴욕적 소통합 대신 우리당 중심성 확고히 세워야"

먼저 지난 17일 친노성향의 부산지역 당원협의회장 15명은 "굴욕적인 소통합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중심을 확고히 세우면서 재집권의 계획과 국민통합을 위한 전국정당의 비전을 가진 제 정파와의 대통합을 강력히 추진할 것을 호소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선 예비주자들은 당의 근간을 흔드는 해당적 발언,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실의에 빠진 당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임 있는 행동을 할 것을 촉구한다"며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현 지도부에 대통합 전권이 위임된 시한인 6월14일 이전에 당 최고의결기구인 '연석회의'를 소집해 그 이후 우리당의 진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자"고 강조했다.

이들 가운데는 친노진영의 결집체인 '참여정부평가포럼' 회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출범한 이 포럼은 당초엔 현역 정치인 배제 원칙을 내세웠었다.

이어 19일에는 전날 5.18 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방문했다 하루를 묵은 노 대통령이 무등산 정상에서 노사모 회원 등 지지자 300여 명 앞에서 40여 분 간 즉석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짐짓 "지난 10년 동안 역사가 뒤돌아 가고 있나? 제자리 걸음 하고 있나? 속도가 느리나?"고 물었고 지지자들은 연거푸 "아니오"라고 답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등반 자리에 배석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그간 하신 말씀과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면서도 "광주 무등산 정상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이야기를 했다는 점에 착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병완 "공정한 평가 이뤄지면 대의와 대세는 함께 한다"
▲ 노 대통령의 광주 무등산 연설, 참여정부평가포럼의 충남 천안 워크샵 등 친노진영이 지역에서부터 기세를 모으는 모양새다. ⓒ참여정부평가포럼

이같은 움직임들의 '내용'과 '의도'와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는 19, 20일 양일간 충남 천안에서 열린 참여정부평가포럼의 워크샵이었다. 이 자리에는 전국에서 포럼 관련인사 250여 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는 이 포럼의 이병완 대표, 명계남 집행위원장, 안희정 상임집행위원장(충남대전지역본부 대표 내정), 이기명 집행위원 등 포럼 인사들 외에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김병준 정책기획위원장 등 현직 청와대 인사들도 참석해 발제를 맡기도 했다.

이들은 오는 26일에는 대전충남지역본부, 29일에는 경남지역본부 발족식을 시작으로 전국조직을 갖출 계획이다.

워크샵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병완 포럼 대표는 "우리가 목적과 취지, 방향을 맞게 운영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파장과 영향에 대해 관여할 바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선에 영향을 미쳐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대의가 첫 번째지만 대세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의 전날 광주 발언에 대해 "대의와 대세의 정치적 의미는 제각각 이해할 수 있지만 참여정부가 걸어 온 길도 대의를 쫓아 왔고 그 중심에 항상 정책이 있었다"며 "정책의 질과 과실에 대해 공정한 평가가 이뤄진다면 대의와 대세도 함께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풀이했다.

"대의명분 다음으로 세력이 중요하다" 발언 이후 바뀐 풍경

노 대통령은 개헌발의 철회 의사를 밝힌 지난 달 17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왜 이 시기에 개헌이 안 된다고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의명분이고, 그 다음으로 그것을 받치는 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저 '대의' '역사' 등을 강조하던 지난 해 연말, 지지율이 한 자리 숫자 가까이 떨어지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또한 노 대통령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의명분'을 받치는 '세력'들이 결집하고 있는 모양새다.

30% 선을 유지하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 그에 반해 두 자리 숫자는 커녕 5% 벽도 넘지 못하고 있는 지리멸렬한 여권 후보군, 그런가 하면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의 이전투구 등 외부 환경도 나쁘지 않다.

20일,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세라는 것이 바뀔 수도 있지 않냐"며 "열어놓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 "잡음 생기고 논란 생겨도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친위세력'과 '지지세력'의 동원령으로 요약되는 노 대통령의 움직임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 스스로 "선거 중립은 지키겠지만 정치 중립은 어불성설"이라고 누차 강조했던 데에서도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지난 2월 열린 '인터넷언론과의 대화'에서도 노 대통령은 '정치중립과 선거중립의 기준이 뭐냐'는 <프레시안>의 질문에 "(선거운동) 금지의 폭을 최대한 줄여서 해석해야 되는 것이 법해석의 원칙이다"며 "또 그것으로 해서 자꾸 잡음이 생기고 논란이 생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고 답한 바 있다.

"파장과 영향이 생겨도 관여할 바 아니다"는 참여정부평가포럼 이병완 대표의 20일 발언도 이를 되풀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 단계에서 '친노세력'은 여권 혹은 비한나라당의 여러 분파 가운데 가장 대중적 지지도와 단단한 조직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시선을 거꾸로 해서 볼 때, '반노의 벽'이 뛰어넘기 힘들 정도로 강고하고 광범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세력의 확장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노 대통령은 광주 무등산에 올라 지지자들 앞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강조하는 한편 '한미FTA 추진'도 자신했지만 이같은 '좌파 신자유주의' 개혁이 얼마나 소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들만의 리그' 넘어설 수 있을까

이런 까닭에 '노 대통령은 영남 개혁세력만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대선에서 져도 좋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노 대통령 본인은 "그런 말은 해서는 안되는 정치적 모함"이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정치인 노무현'이 다시 정치의 한 복판에 뛰어들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친노세력' 그들만의 재집결 수준을 벗어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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