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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하나님의 뜻'? 오만하고 불경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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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하나님의 뜻'? 오만하고 불경스러워"

[이주의 조합원] 기독교 매체 <복음과상황> 오지은 기자

신문, 방송,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할 것 없이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 이야기가 일주일 넘게 도배되고 있다. 온갖 패러디까지 쏟아지며 "월드컵보다 문창극 얘기가 더 흥미진진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2030 조합원들이 모인 휴대전화 문자서비스 대화창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 내정자 이야기로 빼곡히 들어찬 대화창을 바라보던 중 문득 한 조합원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이자 기독교 월간지 <복음과상황>의 오지은 기자. 그는 2030 조합원 가운데 누구보다도 문 내정자와 많은 접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기독교 신자로서, 언론인 후배로서 그는 국무총리 내정자 문창극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일 저녁, 다음 발행호를 인쇄소에 넘기고 꿀맛 같은 휴식을 보내고 있다던 그에게 무턱대고 전화를 걸었다.

"'하나님의 뜻' 문창극 발언, 십자군 전쟁 떠올리게 해"

오 기자는 지난해 입사한 파릇파릇한 신입 기자다. 대학 졸업 후 온라인 매체 인턴을 하다가 '도저히 못 해먹겠어서 때려치웠다'는 그는 때마침 대학생 때부터 봐왔던 <복음과상황> 채용 소식을 듣고 바로 지원했다.

<복음과상황>이 생소할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 오 기자에게 직접 매체 소개를 부탁했다.

"말 그대로 '복음'과 '상황'을 다루는 기독교 잡지죠. 보통 신앙, 간증 이야기가 주로 담기는 다른 매체와 달리 우리가 사는 사회적 주제들을 복음의 관점에서 풀어내려고 합니다. 국가와 사회로부터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요."(☞ <복음과상황> 바로 가기 : www.goscon.co.kr)

최근 다룬 주제만 꼽아보면 세월호 참사, 밀양 송전탑 문제를 비롯한 탈핵, 기본 소득 등 <프레시안>의 관심사와 다르지 않다. "기독교계의 <프레시안>이냐"고 물으니 맞단다. "<프레시안>에서 다룰법한 사회적 이슈들을 기독교 관점으로 풀어간다"고 했다. 이에 '기독교적 관점'이 무어냐 좀 더 따져 물었다.

"저는 기독교 신앙은 본래부터 공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나님이 만들었지만 지금은 파괴된 이 세상을 어떻게 건강하게 돌이켜 놓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그게 기독교인, 인간이 고민할 주제라고 봅니다. 그런데 한국 주류 기독교는 개인 구원으로 관심이 많이 쏠려있죠. 신자 입장에서 창피한 일이에요."

ⓒ한국방송공사(KBS) 화면 갈무리

종교는 정치와 종종 엮이곤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내내 정치와 종교의 어정쩡한 동거 관계를 만들었고, 문 총리 내정자도 역사적 사건을 종교적 의미로 해석하는 해괴한 논리를 펴 지탄받고 있다.

오 기자는 "일제 식민지가 하느님의 뜻"이라는 문 내정자의 발언에 대해 "오만하고 불경스럽다"고 했다.

"왜곡된 신앙관이라 할지라도 개인에게는 해석의 자유가 있죠. 문제는 많은 사람이 모인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단정 지어 말한 거라고 봐요. '신의 뜻을 다 안다'고 확신하는 그 자체로도 매우 오만하고 불경스러운 일 아닌가요. 다른 의견을 가진 신자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일이고요. 십자군 전쟁도 '신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대량 살상을 벌인 거잖아요. 문창극 내정자를 보고 있으면 마치 십자군 전쟁이 계속되는 느낌이 들어요."

오 기자는 아울러 "언론인 출신인데도 상황 파악을 못 하는 것 같고, 무엇보다 식민 지배라는 아픈 역사에 대해 전혀 공감이 안 되는 언사를 하는 걸 보면 총리감으로 절대 맞지 않다"며 "이 사람은 절대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필요 이상으로 먹는 식문화 바꿔야… '단식 해보세요'"

금쪽같은 금요일 오후에 무거운 얘기만 하려니 영 칙칙해져서 화제를 돌렸다. 오 기자가 최근 단식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터라, 그 이유를 물었다. 부활절은 지난 지 한참 됐는데, 종교적인 의식이냐고 물어보니, 그건 아니란다. 처음엔 다이어트 목적으로 시작했다가 사회적 '운동' 차원에서 하고 있단다.

"작년에 처음 단식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는데,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먹는 식습관을 갖고 있다는 거예요. 단식은 그런 그릇된 식문화에 반하는 운동일 테고요. 한 번에 50일씩 하는데, 단식하지 않을 때도 저절로 나쁜 음식은 덜 먹게 돼요. 지구에도 좋죠. 덜 잡아먹고 덜 싸게(?) 되니까요."

그는 기자에게도 단식을 권했다. 그러나 육식 체질에 한 끼만 걸러도 포악해지는 기자에게 단식은 무리다.

"처음 하루 이틀은 배가 고프다가 다음엔 익숙해서 그런지 나중엔 덜 고파져요. 그리고 안 먹으면 기본적으로 몸에 에너지가 적기 때문에 몸에 힘이 빠져서 유순해지기까지 해요."

평소 2030 대화창에서 '육두문자'를 가장 빈번하게 쓴 조합원이 바로 오 기자가 아니냐며 일침을 날렸다.

"아, 평소엔 괜찮은데 뉴스에서 문창극 발언 볼 땐 어쩔 수 없더라고요.(웃음)"

"<프레시안>, 늘 공부하게 만드는 매체"

"<프레시안은>요. 저한테 늘 공부를 시켜줘서 고마운 매체예요."

기자로서 <프레시안>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고맙게도 오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가 즐겨 보는 기사는 심층 인터뷰다.

"어제도 정세현 전 장관 인터뷰를 출력해서 꼼꼼히 봤어요. TV 뉴스에서는 해외 순방 간 박근혜 대통령 옷 갈아입는 것만 보여주느라 대체 무슨 외교 활동을 하는지 알려주지 않잖아요. 그런데 정 전 장관 인터뷰를 보니 현 정부에서 외교가 얼마나 정지 상태에 놓여 있는지, 특히 일본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려주니까 좋더라고요."(☞ 관련 기사 : "거리 좁히는 북·일, 박근혜 정부 뭐 했나?")

작년에 조합원 가입한 것도 인터뷰 기사 보다가 <프레시안>이 협동조합 전환한다는 광고 보고, '협동조합이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한 거였고요. 평소 제가 기사 쓸 때도 <프레시안> 인터뷰 기사를 많이 참고해요."

오 기자는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건 참 잘한 일이라고 했다.

"요즘엔 워낙 정보가 널려서 기자가 옛날처럼 정보력으로 월등하지도 않잖아요. 그럴 바에야 다른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프레시안>이 기자와 기자 아닌 사람들과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도를 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아직 협동조합이란 조직 자체에 대해 기자들이나 조합원이나 익숙하지 않지만, 교육을 통해 차차 배워나가면 될 것 같고요."

전화통을 붙잡고 약 한 시간 동안 기자와 수다를 떨던 오 기자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프레시안>, 절대 망하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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