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역사학자들이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의 '반(反)헌법·반민족적 역사관'을 비판하며 문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사 원로 학자 10여 명은 1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반헌법적 역사관이 심히 우려된다"면서 문 내정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국무총리는 투철한 역사관·민족관·국가관에 기초해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지역·이념·세대·계층 간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통합형 인물이 선임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문창극 내정자는 그간의 발언을 종합해볼 때, 역사관과 민족관·국가관에 커다란 흠결이 있는 인물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칼럼과 교회 강연에서 드러난 문 내정자의 역사 인식을 지적하며 "식민사관에 사로잡혀 전통문화를 폄훼하고, 독립운동을 부정하며, 반인도적 범죄 행위를 옹호하고, 남북 간의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수구 냉전적인 극우 인사"라고 혹평했다.
또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국사편찬위원장과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비롯해 역사 관련 주요 기관의 수장에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를 임명하고, 한국사 교과서 검정 파동을 야기해 부실 검정과 편파 심의로 헌법이 부여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훼손했다"면서 "이번엔 수구냉전적 극우인사를 총리에 앉히려 하고 있다. 문 내정자와 같은 극단적 반공주의자가 국무총리가 되어선 결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문 내정자와 같이 반헌법적인 역사관을 지닌 인물이 총리로 임명된다면 후세의 역사가들은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을 '친일·극우 내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김명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도 "친일·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교과서를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교학사 교과서를 반대한 한국 사학계에 대해 낡은 색깔론으로 내세워 '좌파'라고 공격한 인물"이라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한국 사학계 구성원 다수에 대해 '이념 투쟁' 운운하는 비교육적 언사를 늘어놓는 사람은 대한민국의 교육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엔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이화 전 서원대 석좌교수,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박현서 전 한양대 교수, 윤경로 전 한성대 교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조광 전 고려대 교수, 성대경·신해순·이장희 전 성균관대 교수가 참석했으며 강만길 전 고려대 교수와 서중석 전 성균관대 교수 등 저명한 역사학계 원로들이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 자리에서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새누리당 일부에서 문 내정자를 애국자라고 하는데, 새누리당은 귀머거리 정당이 되려고 하는가"라며 "문 내정자가 자발적으로 용퇴하는 것이 세월호 사고로 실의에 빠진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좌우를 떠나 반민족적인 성향의 인물을 지명한 것이 박근혜 정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총리 지명을 비롯한 일련의 반역사적 인사들에 대해 반대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