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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녹조라떼', 세월호 참사 원인과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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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녹조라떼', 세월호 참사 원인과 뭐가 다른가

[내성천을 위하여] 내가 영주댐을 반대하는 이유

십여 년 전 저는 모곡 명사십리(강원도 홍천군 서면)라는 홍천강변에 일 년 반 정도 살았습니다. 홍천강 물줄기가 모곡에 이를 무렵 유난히 깨끗하고 고운 모래가 10리나 이어져 있어 모곡 명사십리라고 불린 곳입니다. 그런데 제가 살고 있던 동안 모곡에는 작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정부에서 강변 정비 사업을 한다면서 모곡 명사십리와 그 위쪽의 강변에 1~2km 정도 제방을 쌓았습니다.

그곳은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홍수가 나지 않는 지역이라서 지역 주민들도 제방을 쌓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되면 보상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도 나서서 반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공사가 끝난 다음 해부터 작은 변화는 모곡 명사십리를 사라지게 해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모래 대신 자갈과 바위 같은 돌들이 대신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제방을 쌓은 길이가 얼마 되지 않음에도 비가 많이 오면 유속이 빨라져 모래가 모두 휩쓸려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여름이면 모곡 명사십리에 모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서던 텐트촌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 내성천 영주댐 공사 후 모래가 사라진 내성천 지천 2011~2014년의 변화 ⓒ지율스님

지금 세대는 한강이 원래 제방이 쌓인 고수부지 모양인 줄 알고 있습니다. 다른 강도 다 비슷비슷합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성천을 보고서야 저는 우리나라 강의 원래 모습이 어떻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강도 원래는 내성천과 비슷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50년대만 하더라도 한강의 물을 길어 먹었으며, 겨울이면 한강의 언 얼음을 잘라 먹었습니다.

60년대만 하더라도 뚝섬은 말할 것도 없고 여의도 주변에는 모래사장이 발달해 여름이면 해수욕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강의 모습은 어떤가요? 마시기는커녕 몸을 담기에도 싫은 더러운 물로 변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자연은 미래 세대에게서 빌려 쓰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주었듯이 우리 세대도 미래 세대에게 잘 보존해 물려줘야 합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다시 원래대로 회복되는 데는 최소 수십 년에서 수십만 년이 걸립니다.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일은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채무를 떠안기는 행위입니다.

▲ 내성천 영주댐 공사 후 모래가 사라진 내성천 지천 2011~2014년의 변화 ⓒ지율스님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이 오늘 먹을 음식뿐이 없으면 자신이 굶어서라도 자식들에게 내일도 먹게 하는 것입니다. 또 아무리 배가 고파도 내년에 심을 종자 씨는 먹지 않고 남겨 둡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지금 우리는 예전처럼 굶지 않을 뿐 아니라 사실 지나치게 풍족하게 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이 지금 우리나라처럼 사는 데 지구가 무려 3개 정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얼마 전 남극의 빙하가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뉴스에서 보도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미래 세대의 몫을 빼앗아 풍요를 누리고 있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지구는 모든 사람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하지만 한 사람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배가 더 부르기 위해서 자손들의 음식을 뺏어 먹으며, 종자씨까지 모두 먹어 버리는 탐욕스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지난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덕분에 '녹조라떼'라는 신생어가 생기고, 역행침식이라는 전문어가 낯설지 않게 되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벌어진 일에 모든 국민이 염려하고 있습니다. 지금 내성천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영주댐을 완공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동이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원인과 뭐가 다를 게 있습니까?

▲ 아이들과 내성천 답사 중인 필자 조상우 씨 ⓒ지율스님

마지막으로 크리족 인디언 시애틀 추장의 말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가슴에 새기며 잊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후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돈을 먹고살 수 없다는 것을."

지난 4~5년 간 내성천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지율스님과 내성천습지와새들의친구, 지역 주민, 학자, 활동가, 예술가 등 18인이 지난 2월 24일 '내성천영주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소송을 시작해 현재 4차 심리까지 진행했습니다. 이 릴레이 기고문은 4차 공판 때 소송 참가자인들이 재판장에게 쓴 편지글을 조금씩 다듬은 것입니다.

영주댐 공사가 진행되면서 내성천의 모래 유실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로 인해 인근 지하수마저 고갈되고 있습니다. 낙동강 모래의 45% 이상은 내성천에서 유입되며, 낙동강에 1급수를 공급하는 지천은 내성천 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성천은 멸종위기종 14종이 살고 있는 생태의 보고입니다. 만약 내성천에 댐이 완공되면 그 환경적, 경제적, 문화적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해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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