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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놀던 강이 왜 이렇게 되어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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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놀던 강이 왜 이렇게 되어가나요?"

[내성천을 위하여] 영주댐 중단 가처분 소송에 참여하며

2013년 1월 전교생 17명인 경상북도 영주시 평은면 평은 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90년 전통의 운동장이 넓은 아름다운 학교였습니다.

내성천 이야기는 듣고 있었으나 발령받은 학교 바로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모래강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리고 댐과 댐 주위 순환도로 건설과정에서 사라지는 마을과 숲과 나무를 보았습니다. 강의 모습이 매일매일 다르게 변하고 산을 깎는 포클레인 소리를 들으며 10개월을 보냈습니다.

봄부터 아이들과 강에 나갔습니다. 과학 시간에 나오는 강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강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강의 역할 모래의 역할 등에 대해서 아이들과 공부했습니다. 강과 친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내성천에서 물놀이를 하고있는 평은초등학교 아이들과 김호일 선생님. ⓒ지율스님

▲ 내성천에서 물놀이를 하고있는 평은초등학교 아이들과 김호일 선생님. ⓒ지율스님

2013년까지만 해도 아이들과 강에서 놀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강에서 놀 수 있는 곳이 사라졌습니다. 교량을 만드느라 곳곳에 간이 보를 설치했고, 보아래 쪽에는 물이 흘러가지 않아 강이 풀밭으로 변했고 5월의 아름다운 물그림자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 내성천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는 평은초등학교 아이들과 김호일 선생님 ⓒ지율스님

▲ 평은초등학교 아이들이 내성천에서 잡은 물고기들 ⓒ지율스님

아이들이 "우리가 놀던 강이 왜 이렇게 되어가나요?" 하고 물을 때마다 교사로서 아이들한테 설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영주댐을 '왜' 만드는지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너희들은 몰라도 돼'라고 하는 것도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누리고 살아왔고, 앞으로 누리고 살아야 할 내성천이 아이들 입장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점점 변해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 이제 내성천이 없어졌어, 그러니 너희들은 없는 대로 살아야 하지 않겠니?'라고 말하는 것은 교사로서 할 수 없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강산이 무자비하게 파괴되는 현상을 아이들이 직접 눈으로 봤기 때문에 아이들의 감수성이 다치지는 않을까 두렵습니다. 말 못하는 산과 강과 나무는 마음대로 파괴해도 된다는 생각을 할까 두렵습니다.

언제나 우리들을 넉넉히 품어주던 강은 지금 너무 많이 아파 보입니다. 앞으로 담수가 된다면 내성천이 과연 지금의 모습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지금이라도 댐 건설을 중단하고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 가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도 그 내용을 함께 나누고 이해하게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어른들 중 한 사람으로서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당연히 알려 주어야 할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환경에 관심이 있었던 교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강이 파괴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면서 많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영주댐의 목적(4대강 용수공급)이 과연 타당한지? 낙동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내성천을 되살려 낼 수 있을지? 하는 등….

풀 수 없는 질문은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행동하게 합니다. 이번 소송이 이러한 질문들에 좋은 답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평은초등학교 아이들과 김호일 교사. ⓒ지율스님

▲ 평은초등학교 아이들과 김호일선생님 ⓒ지율스님

▲ '내성천 금모래야 사랑해' 평은초등학교 아이들 ⓒ지율스님


* 내성천으로 생태학습을 함께 갔던 평은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판사님께 드리는 글을 썼습니다.

▲ 평은초등학교 5학년 강서진의 편지
안녕하세요. 저 강서진이라는 학생인데요.

평은댐 건설에 대한 거에요. 평은댐 건설 안 하게 해주세요. 왜냐하면 댐이 지어지면 호수가 되잖아요. 호수가 만들어지면 저희가 내성천에서 놀 수가 없고 자연이 파괴되고 모래가 흘러가지가 않아요. 댐 건설 안 하면 좋겠어요. 안 하게 해주세요.

지금 학교에 선생님들과 학생들도 평은댐 건설을 안 하면 좋겠다고 해요. 댐 건설 저도 마음에 안 들어요.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 중에도 평은댐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아요. 이사 가기 싫은데 이사 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제발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 평은초등학교 5학년 송수빈의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평은초등학교 아이 송수빈입니다.

저는 평은 지역에 살고 있는데요. 영주댐을 건설하면서 학교도 많고 많은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여기에 대하여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거 같습니다.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현명한 판정 부탁합니다.

그리고 모래가 흘러야 하는데 모래도 안 흐르고. 우리가 내성천에(서) 놀았는데 이제 못 놀게 되니 너무나 안 좋은 거 같아요.

댐 걸설 때문에 이사도 힘들게 해야 해요. 그리고 저는 평은에 있다가 이사 갔어요.

우리 학교도 교실이 갑자기 적어져서 보건실, 돌봄교실, 도서관, 1학년이 같이 쓰고 있어 너무 좁은 거 같아요.

그리고 이사하기 전에는 컸던 급식실도 너무 좁은 거 같아요. 너무 좁은 거 같아요. 댐 (건설)을 안 했으면 이사도 안 하고 학교도 크고 댐 (건설)을 멈추면 좋겠습니다.
지난 4~5년 간 내성천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지율스님과 내성천습지와새들의친구, 지역 주민, 학자, 활동가, 예술가 등 18인이 지난 2월 24일 '내성천영주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소송을 시작해 현재 4차 심리까지 진행했습니다. 이 릴레이 기고문은 4차 공판 때 소송 참가자인들이 재판장에게 쓴 편지글을 조금씩 다듬은 것입니다.

영주댐 공사가 진행되면서 내성천의 모래 유실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로 인해 인근 지하수마저 고갈되고 있습니다. 낙동강 모래의 45% 이상은 내성천에서 유입되며, 낙동강에 1급수를 공급하는 지천은 내성천 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성천은 멸종위기종 14종이 살고 있는 생태의 보고입니다. 만약 내성천에 댐이 완공되면 그 환경적, 경제적, 문화적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해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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