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이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문창극 총리 내정자가 초빙교수 신분으로 서울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를 사과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12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문 내정자는 올해 3월부터 '저널리즘의 이해'라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지난 4월경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으로부터 굳이 사과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수업을 들었던 서울대 학생 A씨는 "문 교수님이 '우리나라는 예전과는 다르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굳이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일 정도로 나약하지 않은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당시 강의에서 문 교수님은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언론인이다'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강의에서 문 내정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반일감정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다 보니까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국제적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주장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내정자의 이같은 인식은 지난 2005년 3월 7일 '나라의 위신을 지켜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위안부 배상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이미 도장을 찍었다. 할아버지가 무식하고 사정이 급해서 계약서에(한일청구권협정, 1965년)도장을 찍었다"면서 "그런데 살만하게 된 손자 때 와서(2005년) 할아버지가 무식해 도장을 잘못 찍었으니 돈을 더 내라고 떼를 쓴다면 그 집안을 어떻게 보겠는가. 계약서는 팽개치고 뒤늦게 떼를 쓰는 모양이 아닐까"라며 위안부 배상은 이미 끝났다는 일본의 주장에 동조했다.
문 내정자는 또 "일본에 대해 더 이상 우리 입으로 과거문제를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면서 "보상문제만 해도 억울한 점이 비록 남아 있더라도 살 만해진 우리가 위안부 징용자 문제를 우리 힘으로 해결하자"며 일본에 책임을 묻지 말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안부 배상 문제와 관련해 문 내정자의 인식은 현 정부의 입장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잘못에 대한 근본적인 사과와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월 제25차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연설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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