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관련한 비리 문제가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온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의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파트 현관에 붙은 동대표 선거 공고를 보면서 한번 나서볼까 하는 충동이 생긴다. 그러나 가족에게 털어놓으면 다들 반대해 결국 단념하고 만다. 학교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여러 모순이 축약돼 있다. 그러나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운영위원으로 출마해서 참여하기까지 실존적 결단의 벽을 넘지 못한다. 이같은 무관심은 학교장의 전횡으로 이어진다.
회사원 정현기(52) 씨는 이런 점에서 평범하지 않다. 그는 몇 해 전 아들의 학교 운영위원이었으며 지금까지 4년째 거주하는 아파트의 동대표로 일하고 있다. 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강서구 구의원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 선거운동원도 없이 선거사무실도 없이 단기 필마로 뛰고 있다. 다행히 부인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일까.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5월 29일 염창동 주민센터 3층 복도에서 그를 만났다.
- 당선을 목표로 출마한 것인가.
강서구 구의원 선거 아선거구에 출마한 7명의 후보 중에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각각 2명씩이다. 그러니 2명을 뽑는 선거에서 그들 간의 게임이다. 강서구의 경우 구의원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번이 아니면, 오랫동안 꿈을 실현할 기회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섰다. 출마자 등록일인 5월 15일 한달 전에 출마 결심했다. 근무 중에 시간될 때마다 선거운동하러 나가겠다고 했더니, 회사 사장이 오히려 격려해줬다. '안될 일인 줄 알면서도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중국 고전의 한 구절을 가슴에 품고 뛰고 있다.
- 정치에 입문한 것이니 출사표가 있다면.
풀뿌리 정치를 실현해보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선거구호도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대변인'으로 정했다. 10년 가까이 강서구에서 살았지만, 지역 이권에 단 한번도 관여된 적 없는 보통 회사원이다. 예산낭비 권한 남용 이권 개입 속속들이 파헤치고 그대로 공개하겠다고 공약했다.
- 선거비용은?
선거법상 4700만 원까지 사용 가능하고, 일당 6~8만 원을 주는 운동원을 고용할 수 있다. 이 비용은 모두 세금에서 나온다. 나는 선거비용의 20분의 1 만큼만 사용하겠다고 공약했다. 그게 235만 원이다. 그러나 이미 선거홍보물 인쇄비만 200만 원이 나갔다. 현수막이 하나에 10만 원인데 이걸 걸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쉽다.
- 라이프 스토리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1962년 서울 태생이나, 부산에서 성장했고 대학도 부산대 공대를 나왔다. LG산전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고, 지금은 중소기업의 이사로 일하고 있다. 24년 차 직장인이다. 아들 둘이 있고 아내도 작은 회사에 다닌다.
- 사회의식이 생긴 계기가 있었을 텐데.
대학 때 데모에 참가한 적이 없다. 리영희 교수의 책을 몇 권 읽은 정도다. 한 때는 <조선일보>를 구독했었다. 그러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변화가 생겼다. 그 뒤 민주노동당에 입당해 당비를 냈다. 대기업 직원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주위 동료들에게 숨겼지만, 연말 정산 때 드러났다. 지금은 녹색당 당원이지만, 출마 직전에 탈당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당적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녹색평론> 100호가 발간됐을 때부터 관심을 갖고 구독하고 있다. 독자 모임에 빠지지 않고 나가면서 세상 일을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됐다.
- 강서구와 어떤 인연이 있나.
직장 때문에 7년 전에 서울에 올라왔다. 서울에는 연고가 없었다. 집을 보러 다니다가 염창동을 들렀는데, 이때 집사람이 꿈에서 소금장수 할머니를 만났다고 했다. 그래서 이 동네에 터를 잡기로 했다. 염창동은 소금창고가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 지역 현안은 어떤 것이 있나.
내 지역구에는 염창동, 가양2동·3동 등이 속해있다. 장애인이나 새터민이 사는 임대아파트가 많은 지역이다. 일반 주민들은 지역 발전이 안 됐다고 불만이 높다. 김포공항 때문에 고도 제한도 묶여 있으니, 이것을 풀어달라고 한다.
* 위 내용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김제완 조합원이 6.4 지방선거에서 강서구 구의원에 출마한 정현기 후보를 만나 인터뷰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독자 조합원의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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