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당의 진로와 정 전 의장의 탈당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또한 지난 2일 청와대 브리핑에 올라 온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파, '탈당예비군' 비판글은 이날 오찬 회동 직후 작성된 것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보다 당부터 깨고 보자는 것은 창조의 정치가 아니라 파괴의 정치"라며 "통합에 대한 아무런 전망도 없이 당부터 깨자고 한 것을 보면 각자 살길을 찾자는 속셈이 아닌가 싶다"고 탈당파들을 맹비난 했다.
노 대통령, 정 전 의장 탈당 만류했으나 '별무소용'
우리당 관계자에 따르면 정 전 의장은 이날 오찬에서 2.14 전당대회에서 결의된 '대통합 정신'을 강조한 뒤 "통합 작업이 너무 지지부진해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된다"며 "대통합을 위해서라도 우리당을 버려야 한다"고 탈당 입장을 노 대통령에게 통보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정 전 의장이) 우리당을 나간다고 해서 잘 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어렵더라도 당을 지켜야 한다"고 거듭 만류했다는 것.
하지만 정 전 의장이 탈당 의사를 굽히지 않자 노 대통령은 "정동영도 나가고, 당이 껍데기가 되면 내가 다시 (열린우리당에) 들어가겠다"며 복당 의사까지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태 전 의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던 정 전 의장이지만 이날 오찬은 사실상 '결별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찬 회동 이후 노 대통령이 작성한 글이 공개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3일 정 전 의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언젠가는 나도 비판할 것"이라고 말하며 탈당불가피론을 펼쳤다.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정 전 의장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청와대에선 문재인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비노' 정도로 분류되던 정 전 의장 측까지 청와대와 결별하게 된 이상 열린우리당을 사수하려는 친노 진영의 움직임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나갈 사람은 나가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유시민 장관은 지난 3일 서울대 70년대 학번 운동권 모임에서 '선 친노 대선 후보 선출-후 범여권 단일화'의 로드맵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대선보다는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등의 해석이 분분하지만 최소한 '대통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굳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관심은 범여권 내의 여러 세력이 '각개약진으로 가느냐 주도권을 쥐기 위한 권력투쟁을 벌이느냐' 쪽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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