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총리 지명자의 돌발적 사퇴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 개조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야당이 너무 흔들다 보니 총리와 장관을 하려는 인물이 없다고 여권 일각에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직접적 책임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과거의 적폐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바로 그 적폐를 끊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의 하나임을 망각하고 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온갖 적폐를 끊겠다고 후보 시절에 공언하였고 그래서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던가.
일찍이 인도의 성인 간디는 7대 치명적 사회악(seven deadly social sins)을 경계했다고 한다.
1. 원칙 없는 정치
2. 노동 없는 부
3. 도덕성 없는 상업
4. 양심 없는 쾌락
5. 인격 없는 교육
6. 인간애 없는 과학
7. 희생 없는 예배
간디의 이 경고는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신뢰를 그토록 강조하던 박 대통령이 경제 민주화 공약을 비롯한 각종 선거 공약을 줄줄이 파기하는 데에서 '원칙 없는 정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국가 개조는 대통령과 그의 측근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 및 금융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온갖 투기성 불로소득은 서민을 분노하게 하는 '노동 없는 부'의 전형이다. 중소기업의 모가지를 비트는 대기업의 횡포에서 국민의 먹거리로 장난을 치는 악덕 상인에 이르기까지 온갖 추악한 업계의 비리에서 국민은 '도덕성 없는 상업'의 진면목을 보게 되며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그 폐해를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의 시장에는 '양심 없는 쾌락'이 이미 홍수를 이루고 있다. 교육 내용이 인격 도야보다는 돈벌이 잘하고 출세하는 인간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변질되는 우리 교육의 현장에서 '인격 없는 교육'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각종 유해 화학물질의 범람과 돈벌이를 위한 과학 기술의 개발에서 우리는 '인간애 없는 과학'의 모습을 본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애써 실천하기보다는 교회에 열심히 나가고 예배 돈을 꼬박꼬박 내면 교인의 의무를 다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교회의 의식에서 '희생 없는 예배'를 목격할 수 있다.
간디의 경고는 국가 개조의 방향을 잘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스승의 날에 어느 제자가 이런 말을 했다.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가 크게 부족해서 세월호가 침몰했다고 하는데요, 제가 보기에 우리 사회도 전반적으로 평형수가 크게 부족한 것 같아요." 우리 사회 그 자체가 세월호라는 말이 맞다. 국가 개조의 목적은 우리 사회 전반에 평형수를 채워 넣는 일이다.
이런 국가 개조는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질 사항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에 따라 그리고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향식 국가 개조를 위해서는 국민이 나서야 한다. 이번 6.4 지방선거가 그런 상향식 국가 개조의 계기가 되도록 온 국민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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