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제3차 범국민 촛불 행동'이 시작됐다.
오후 7시 20분 현재 2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현장에선 세월호 참사 유족의 아픔을 나누고, 성역 없는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민 발언대에 선 이들 중엔 세월호 유족과 똑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도 있었다. 지난해 7월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목숨을 잃은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의 부모다.
태안 참사 유가족 대표 이후식 씨는 "어쩌면 이리도 똑같은가"라며 "해병대 사고는 세월호 참사의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너무도 억울해 참을 수가 없어서 나왔다"는 이 씨는 세월호 침몰 후 "단 한 명의 생존자도 구하지 못한 무능한 이 정부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어 "침몰하는 국가를 바로 세우고 썩은 관행이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서민이 안전하고 행복할 때까지 촛불을 들자"고 호소했다.
다른 유족은 태안 참사 후 "안전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누구보다 소리 높여 외쳤지만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았다"며 "그리고 1년도 안 되어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에 이어 세월호까지, 이제 웬 말인가"라고 안타까워했다. 자녀를 가슴에 묻어야 했던 이 유족은 "대한민국이 죽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은 "차갑고 짠 바닷속에서 몸부림쳤을 아이들, 그러나 끝내 바다가 삼켜버린 아이들, 엄마 아빠를 불러보지도 못하고 떠난 아이들,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추웠을까요"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학생증 사진이 영정 사진 되는 이 개떡 같은 대한민국, 심판하자"고 말했다.
"학생증 사진이 영정 사진 되는 개떡 같은 대한민국"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수많은 참사가 일어나는 동안 진상이 낱낱이 드러나고 책임자가 처벌된 적이 있었나,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이번엔 그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2박 3일간 (세월호 희생자) 부모님들이 차디찬 (국회) 바닥에서 진도에서처럼 주무셨고 화장실에서 씻어야 했다"며 최근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문제를 두고 정치권이 보인 모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하고 경우에 따라 특검도 도입해야 한다"며 "쉽지 않겠지만, 이 과제를 해결해야 우리가 행복해지고 우리 가족이 안전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 진행을 맡은 윤희숙 한국청년연대 대표도 "성역 없이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윤 대표는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 밝혀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아픔을 나누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이들의 발언에 이어 세월호 유족(고 오경미 부모)이 무대에 올랐다. "오경미 아빠"는 "이 나라가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나라인지 묻고 싶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을 가슴에 묻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기에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1000만 서명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제3차 범국민 촛불 행동' 참여자들은 오후 7시 40분 무렵 촛불 집회를 마무리하고 행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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