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KBS 방송 차질? 열 번이고 참아줄 수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KBS 방송 차질? 열 번이고 참아줄 수 있다"

[현장] 총파업 이틀째, 거리로 나간 KBS 조합원들

"거리의 시민 여러분, 저희는 한국방송공사 직원 조합원들입니다. 이제 KBS를 틀어보면 방송이 제대로 나오는 곳이 없을 겁니다. 저희들이 이렇게 방송을 중단시키는 이유는 국민들께 다시금 돌아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주신 수신료로 운영됨에도 이명박 정권 이후 청와대로부터 방송이 장악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습니다. 당장은 불편하고 눈살 찌푸려지더라도 이해해주십시오. 힘을 다해 투쟁해나가겠습니다."

30일, 한국방송공사(KBS) 양대 노조의 총파업이 이틀째를 맞았다. 전 직원의 80%에 달하는 양대 노조 조합원들이 동시에 일손을 놓으면서 방송은 마비 일보 직전 상황에 처했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조합원 300여 명은 거리로 나섰다. KBS 수신료를 납부하는 국민에게 왜 방송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지, 왜 '길환영 사장 퇴진'을 외치는지 직접 설명하기 위해서다.

▲3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총파업에 대한 대국민호소 기자회견을 하는 언론노조 KBS 본부 조합원들. ⓒ프레시안(서어리)

오후 세 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는 그늘 하나 없었다. KBS 본부 조합원 300여 명은 땡볕 아래서 거리를 오가는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권오훈 KBS 본부 위원장은 "국민 여러분, 길환영 사장을 퇴진시키고 청와대가 감히 국민의 방송을 넘보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며 "길환영은 퇴진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인근 차도에서 대기 중인 경찰 방송차량에서 "기자회견에서는 구호를 말할 수 없다"는 해산 명령 방송이 흘러나왔다. 조합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정 방송 쟁취 투쟁" 구호를 외쳤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추적 60분> 진행을 맡는 이상협 아나운서는 그간 KBS 아나운서로서 겪었던 고충을 털어놓았다.

"제가 들고 있는 마이크는 20세기 초반, 선전과 선동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히틀러는 괴벨스를, 괴벨스는 마이크를 발명했습니다. 아나운서 조합원들은 하루에 몇 번씩 그 마이크 앞에 앉습니다. 정확한 발음으로,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여러분을 속이고 기만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조합원들은 마지막으로 "우리의 이번 싸움이 많이 늦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감히 국민 여러분의 응원을 바라지는 않겠지만 외면만은 말아 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프레시안(서어리)
ⓒ프레시안(서어리)

"KBS 총파업 응원한다…정상화된 뒤에도 국민 배신하지 말아야"

회견이 끝난 후 조합원들은 각기 대학로, 신촌, 청계천 등으로 흩어져 시민들을 만났다. 조합원들은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라는 제목의 노조 특보를 직접 시민들에게 전달하며 응원을 부탁했다. 38기 젊은 PD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광화문 팀은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6시 내고향> 프로그램이 적힌 깃발을 들고 청계 광장과 광화문 광장 일대를 돌았다.

"뭐하는 일이냐"며 의아해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조합원들을 격려하거나 노보를 주의 깊게 봤다.

청계 광장 주변 벤치에 앉아있던 60대 한 시민은 조합원들이 다가가자 "이사회에서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이 완전히 부결된 거냐"는 질문 등을 던지며 KBS 사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저는 내부의 사정을 잘은 모르지만,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이렇게 들고 나올 정도면 길환영 사장이 그동안 얼마나 잘못했는지 대강 알 것 같다"며 "언론이 좀먹는 것을 막으려고 나온 것이니 당연히 (조합원들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KBS 방송에 차질이 생겨 불편하지 않으냐'는 질문엔 "이런 일로 생기는 불편함이라면 열 번도 참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민은 아울러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정부 탄압으로 <동아일보> 광고가 중단됐을 때 시민들이 돈을 모아서 광고를 해준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동아>는 엉터리 신문이 됐다"며 "지금만 열심히 할 게 아니라, 나중에 정상화가 된 이후에도 시민들을 배신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도 건넸다.

▲30일 오후 서울 청계 광장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 노보를 나눠주는 KBS 본부 조합원들. ⓒ프레시안(서어리)

광화문 네거리에서 만난 배병철(50) 씨 부부 역시 총파업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배 씨는 "길환영 사장이 그동안 해왔던 보도 개입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 앞에서 만난 안은진(31) 씨는 "KBS가 국가를 대표하는 방송이다. 그런 방송이 권력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바로 서기 위해선 방송 차질, 방송 중단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KBS 양대 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하는 의견이 다수인 반면, 노보를 전달하는 조합원들에게 "박근혜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느냐"고 호통치는 시민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청계천 인근에서 시민들과 만난 7년 차 KBS 조합원 이윤정 피디(PD)는 "KBS 파업에 대해 아는 분이 많으셨고, 대체로 우리 입장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라서 힘이 난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4년 차 임원식 PD는 "제가 만난 분들은 무관심해 보여서 어떤 생각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