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평도 근해에 있는 남한 초계함 근처에 포사격을 한 것을 두고 "(남한의) 기만극"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바로 다음날 자신들이 한 행위를 전면 부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국방부가 사격 원점도, 어떤 종류의 사격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포사격이 정말 북한 소행인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서남전선군사령부는 23일 보도를 통해 남한이 "5월 22일 오후 우리가 연평도근해에 있는 제놈들의 함정에 포탄을 발사하였으며 그에 대한 맞대응으로 제놈들이 대응사격을 가한것처럼 없는 사실을 꾸며대며 요란스럽게 떠들어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확인된 사실은 평화적인 중국어선단속을 구실로 아군해상경비계선을 넘어 우리 측 수역깊이 침범한 괴뢰해군함정들이 선불질을 해대고는 그것을 우리가 포사격을 가한듯이 꾸며낸 기만극"이었다며 남한이 "선불질을 제가 해대고는 전혀 무근거한 우리의 '포탄발사설'까지 날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뻔뻔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오늘 아침 8시 25분쯤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단장 명의로 대남 전통문을 보냈다. 어제 연평도 인근 우리 측 함정에 대한 화력 도발이 자신들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이러한 억지 주장은 도발에 대한 책임 회피를 위한 뻔뻔한 거짓말이면서 국제사회의 웃음거리에 불과"하다며 "계속 도발할 경우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임을 명백하게 밝혔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국방부는 북한의 사격이 해안포인지 함정에서 쏜 함포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물증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포를 쏘면 물기둥이 생기고 그것이 레이더에 포착돼 남게 된다. 물증은 있다"며 "다만 북한이 2발만 쏘고 말았기 때문에 파악이 조금 어려웠다는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북한이 쏘긴 했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이 해안포든 함포든 자신들이 사격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례적이었다는 것도 북한 소행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서로 누가 먼저 쐈는지에 대한 공방은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아예 사격 자체를 부인한 것은 전례가 없던 반응이라는 것이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포격 자체를 부인한 경우는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도발에 원점 타격하겠다는 국방부, 원점이 어딘지도 몰라
이번 사격이 북한 소행으로 최종 결론이 나더라도 국방부의 조치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국방부는 향후엔 도발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방부가 이번 북한 사격을 '도발'로 규정했다면 응당 이에 대한 타격을 준비했어야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북한의 사격이 해안포인지 함포인지도 확인하지 못했고 심지어는 사격을 어디서 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점파악이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민석 대변인은 "간혹 시스템 상황에 따라서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며 "왜 안 됐는지 자세한 내용은 전력과 관계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포사격을 탐지하는 대포병레이더로도 알아내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엄효식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대포병레이더는 원래 24시간 운영 가능한 태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작전 상황과 레이더의 기계적인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24시간 내내 운영하기는 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어느 곳에서 쐈는지 때로는 확인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어제가 그런 경우"라며 "다만 북한이 포문을 열고 준비를 하면 우리들도 그에 대응해서 충분히 원점 타격할 수 있을 정도로 대비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상황에서 원점도 파악하지 못했고 레이더 탐지도 실패한 데다가 해안포인지 함포인지도 구분하지 못했다. 북한이 남한의 '날조극'이라고 주장해도 딱히 반박할 근거도 마련하지 못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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