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갔다. 이 더러운 세상에서 안 살고... 잘 갔다"
영정을 든 엄마의 말은 모질었지만 그날 그 거리에서 이 말은 지나치게 들리지 않았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의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8일 밤 KBS를 찾았다. 김 국장은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하면 300명 죽은 것은 많은 것도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날 보도국장의 사과를 듣지 못했다. 김 국장은 "나는 나가서 사과하지 못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4시간을 밖에서 떨던 가족들은 청와대로 향했다. 대통령에게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도 막혀 있었다. 담요를 뒤집어쓰고 길바닥에서 밤을 지샜다. 다음날 낮이 되어서야 대표단이 청와대 수석과 면담할 수 있었다. 길환영 사장이 찾아와 대신 사과하고 보도국장의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혀 사태는 일단락됐다.
부모들은 자식의 죽음을 욕보이지 않으려고 거리로 나섰다. 영정을 품고 찬 거리에서 밤을 새우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가는 길마다 경찰이 따라 붙었고 가고자 하는 길마다 막아섰지만 돌아서지 않았다. 아이들의 한을 풀어주고 싶어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엄벌을 요구했다.
불행히도 자식을 잃어버린 고통이 끝이 아니었다. 더럽고 모진 세상과 싸워야 했다. 이들은 "우리가 국민입니까"라며 울었고, "우리가 못나서 애들 죽였다"며 자책해야 했다. 그렇게 국민도 아닌 죄인이 되어, 세상에서 가장 기막히고 억울한 처지가 되어 나선 길은 또 이렇게 서럽게 끝났다. 이들의 1박2일을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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