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임을 '커밍 아웃'한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가 지난해 9월 결혼식을 올린 동성 연인과의 혼인신고서 접수가 거부된 데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김조 감독은 21일 이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고,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 정치인들이 참석해 지지 발언을 했다.
김조 감독과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 대표 부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가진 회견에서 "민법 어디에도 동성 간 혼인 금지 조항이 없다"며 "혼인의 자유와 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36조 1항에 따라 혼인에 대한 민법 규정을 해석하면 동성혼도 인정된다"며 혼인신고서 수리를 거부한 행정기관을 비판했다.
김조 감독은 기자회견 후 서대문구청의 혼인신고서 수리 거부 처분에 대한 불복 신청서를 서부지법에 제출했다. 그는 지난해 결혼식을 치른 후 12월 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구청 측은 신고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김조 감독 부부와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명의로 열렸으며, 지지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소송 변호인단은 이석태 참여연대 공동대표와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등 50명으로 구성됐다.
이석태 대표는 회견에서 "서대문구청의 불수리처분서를 보면 혼인 의사가 없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며 "혼인 의사는 지난 9월 올린 결혼식으로 충분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구청 측이 또 동성 부부와는 맞지 않는 여러 법 조항을 거부 이유로 든 데 대해서는 "동성결합을 예상하지 않은 법률 조항의 결함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회견에는 정의당 이정미 부대표(당 대변인 겸임), 노동당 장석준 부대표, 녹색당 하승수 사무처장 등 원내·외 진보정당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부대표는 "매번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따라 잡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미국의 17개 주와 영국 등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것은 왜 안 따라하나?"라며 "프란치스코 교황도 성 소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대한민국 헌법 11조에도 합리적 이유없이 성별과 인종·장애 등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고 있다"고 말했다.
장 부대표는 "기자회견 장소인 종로는 지난 2008년 구 진보신당 최현숙 후보가 처음으로 성소수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국회의원 후보로 나와 선거운동을 했던 곳이어서 의미가 있다"며 "네덜란드부터 동성결혼이 합법화돼 프랑스 등 14개 나라에서 합법화됐고 이것이 선진국의 추세다. 성 소수자 의제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바로미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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