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노회찬 의원에 이어 이날 권 대표까지 출마선언을 함으로써 민노당 빅3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지휘자가 바이올린을 더 잘 켜는 건 아니다"
지난 1997년 국민승리 21 후보, 2002년 민노당 후보로 두 차례 대선에 출마했던 권 대표는 선 굵은 면모를 강조하며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권 대표는 "2002년 대선 때도 전국 어디가도 '권영길이 진짜 대통령 감이더라'는 말을 들었는데 득표는 인물 순이 아니더라"며 "그러나 이번엔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당내의 다른 두 주자들에 비한 자신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는 수석 바이올리니스트보다 바이올린을 잘 연주할 수 없고, 수석 첼리스트보다 첼로를 더 잘 연주할 수 없다"며 "그렇지만 지휘자는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다른 두 분에게는 외람되지만 나는 '대통령감'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1997년에나 2002년에나 '다음에는 꼭 찍어주겠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 빚을 받을 때가 됐다"며 "그 빚진 것만 다 받아도 당선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재벌이 존경받기를 바란다"
이날 권 대표는 인물론 외에 세 가지 문제에 힘을 실었다. 먼저 경제문제와 관련해 "민노당만이 실질적으로 경제 살리기를 이룰 수 있다"며 "진보진영에서 지금까지는 성장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내가 최초로 진보적 성장을 제시한다. 지금까지는 노동만 이야기했는데 경제 살리기에서 기업의 역할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1세기 판 경제기획원 부활' '리딩뱅크 육성' 등을 구체적 정책으로 내건 권 대표는 "나는 돈 많은 사람을 증오하지 않는다"며 "재벌이 존경받기를 바란다"고까지 말했다.
이는 민노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수위가 높은 발언이었다.
다음으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 권 대표는 "연합연방공화국을 건설하기 위한 길을 열겠다"며 "물론 이는 1국가 2체제 2정부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남북한의 전면적 신뢰관계 구축을 위한 공동조치 실현과 2차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나와 노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권 대표는 민노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권 대표는 "언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진보대연합을 만들어내겠다"며 "반신자유주의, 한미 FTA 반대, 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해결, 진보적 평화통일 정책에 동의한다면 그 어떤 사람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구체적 조건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그 경우에 자신도 있다"고 말해 '후보 단일화'까지 염두에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현실 정치세력 가운데 그 다섯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만한 사람이나 정파가 없는 것 같다'는 지적에 권 대표는 "열린우리당도 항상 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냐"고 응수했다.
세번째 출마에 강한 자신감
이날 권 대표는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금까지 여러 선거에 출마했지만 민주노총 시절부터 따져도 실질적으로 내부 경선에 나서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권 대표는 "그렇다면 이번은 실질적 경선이 될 것으로 보냐"고 답할 정도 였다.
하지만 권 대표의 이날 모습은 앞선 심상정, 노회찬 의원의 출마행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체성이 떨어지는 듯 한 느낌도 남겼다.
이에 대해 권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그런 지적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9월까지 가야 하니 점점 구체적인 모습을 갖출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민노당, 민주노총 관계자들 외에 대안연대회의 소속의 정대화 교수, 정범구 전 의원 등도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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