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이 이번에는 북한은 지켜야 할 가치가 없는 나라라는 식으로 언급하며 또다시 대북 도발에 나섰다. 세월호 침몰로 6.4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박근혜 정부가 대북 도발을 통해 이른바 본격적인 '북풍' 몰이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빨리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언급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민국은 수많은 분들이 희생을 하면서 지킨 나라다. 하지만 북한은 전혀 그에 반대되는 것"이라고 답해 북한이 존속해야 할 필요가 없는 나라라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김 대변인은 "국가의 기본이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지 않나? 국민이 잘살고 행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된다"며 "북한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인권도 없고 인권유린도 마음대로 하고 또 어떤 때는 마음대로 처형도 하고"라며 북한을 비난했다.
이어 그는 "2000만 북한 주민들 너무나 힘들고 우리도 (주민들을 보며) 안타깝지 않나"라며 "조금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다. 북한 전체가 아니고 현 북한 정권의 행태에 대해 말씀드린 것"이라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남북이 지난 2월 14일 고위급 접촉을 통해 상호 비방·중상을 금지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정부 부처 대변인이 북한체제를 비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은 북한을 비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의 인권이 조금 더 개선되면 좋겠고 이것은 우리가 남북 기본합의서를 떠나서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라는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김 대변인은 현 정부가 북한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북한 자체가 없어져야 할 나라이며 존속할 가치가 없는 나라라는 식으로 언급한 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비방·중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자체를 부정하는 강도 높은 비난을 공개석상에서 연이어 발언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 3월 30일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4차 핵실험에 대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시점에 국방부 대변인이 나서서 전례 없는 대북 비난을 하는 것은 북한에 핵실험을 비롯해 다양한 수단의 도발을 감행하게 하는 명분을 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이 도발을 하면 당장 세월호 정국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한 여권이 한 번에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국방부 대변인의 북한 인식이 현 정부의 대북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적이면서 동시에 같이 협력해 나갈 파트너"라며 정부가 북한 붕괴와 흡수통일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통일부의 설명이 무색하게도 남재준 국정원장의 2015년 통일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2016년 통일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대북 비난 등을 통해 통일부를 제외한 국정원, 외교부, 국방부 등 현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공직자들이 모두 북한 붕괴와 흡수통일에 대해 공통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았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공약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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