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두 번째로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이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협력의 수준을 연정, 대연정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통성 없는 정권의 관행을 따랐던 것이 부끄럽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수유동 국립 4.19묘지에서 열린 '제47주년 4.19혁명 기념식'에 참석해 "저는 4.19의 역사적 의의와 비중에 비춰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관행으로만 알고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별도로 참배만 해왔다"며 "지난해 유가족으로부터 기념식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보니 그동안 정통성 없는 정권이 해 오던 관행을 생각 없이 따라 해 왔던 일이 부끄럽고 미안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4.19 혁명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자 믿음의 뿌리"라며 "10.16 부마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6.10 항쟁이 모두 4.19 정신을 이어받았고, 마침내 승리를 이루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4.19 혁명의 승리는 1년 만에 5.16 군사쿠테타로 짓밟히고 말았다"며 "그 이후 30년 동안 5.16 쿠테타는 '혁명'으로 부르고 4.19 혁명은 '의거'로 낮추어 보내는 세월을 보내야 했는데 오랜 세월을 싸운 끝에 93년이 되어서야 다시 '혁명'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다시 그런 수모의 역사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받아들이기 어려울지 몰라도 민주선거도 20년이 됐다"
노 대통령의 이날 연설 중에는 현실 정치에 맞닿는 듯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아직 우리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았다"면서도 "참으로 힘겨운 '투쟁의 시대'를 걸어 와 민주주의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의 진전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른바 '개혁의 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며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관용과 책임의 정치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용은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부당하게 박해를 받아 온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 것이지만, 이제는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지 10년이고 민주적 선거로 정권을 수립한 지 20년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대연정 수준의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며 "타협이 되지 않는 일은 규칙으로 승부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며 "승자에게 확실한 권한을 부여해 책임 있게 일하게 하고 선거에서는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미 확립된 만큼 '과거 민주화 세력'도 대연정 수준의 '합리적 자세'를 갖추거나, 최소한 정치권 내의 타협을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었다.
노 대통령은 "다함께 힘을 모아 대화하고 타협하는 상생사회, 신뢰와 통합의 수준이 높은 선진 한국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4.19 정신을 올바로 살려나가는 길이 될 것"이라며 연설을 마무리 지었다.
굴곡많았던 역대 4.19 기념식
4.19 혁명 기념식은 지난 1961년부터 1973년까지는 서울시 주관으로 진행됐었다.
1974년부터는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국가보훈처가 주관해 실내에서 행사를 치르다가 1995년에야 비로소 수유리 4.19묘지에서 기념식이 거행됐다. 또한 2000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기념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강재식 4.19 민주혁명회장, 원제만 4.19혁명희생자유족회장 등 4.19관련 단체 대표 및 유족들과 각 정당 대표, 통일부 장관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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