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시행을 앞두고 서둘러 처리된 기초연금 법안은 당초의 정부안도, 야당에서 낸 수정안도 아닌 여야 원내대표의 '절충안'으로 누더기가 돼 통과됐다. 여야의 '절충안'이란 형태로 통과됐지만, 소득에 따라 연금을 차등 지급하고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정부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정부·여당을 향한 '공약 파기' 논란은 물론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서도 '여당의 2중대 역할을 한 야당', '백기투항한 야당'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내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초연금 정부안을 사실상 수용키로 지도부에 권한을 위임함에 따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잇따라 통과한 기초연금 법안은 이날 밤 11시 20분께 재석 195인 중 찬성 140인, 반대 49인, 기권 6인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 만 65세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대해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해 월 10~20만 원의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되, 국민연금 장기 납부자에 대해선 기초연금 상한액인 20만 원을 지급하게 됐다.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기초노령연금 20만 원을 일괄 지급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한참 후퇴한 셈이다.
기초연금 공약 후퇴는 정부 재정상 불가피하다는 여당의 '고집'에 속수무책 백기투항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국민연금 연계는 절대 안 된다"던 당론을 뒤엎고 정부안에 사실상 손을 들어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기초연금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퇴장한 가운데 의결 정족수를 직접 채우는 '여당 2중대'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한 때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직권상정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는 선례가 된다"는 비판이 나오자 오제세 복지위원장 직권으로 상임위를 열었다. 정부안에 반대해온 야당 보건복지위원이 대다수 퇴장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이목희 의원은 "군사 쿠데타 하듯이 법안을 처리한다"고 항의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가 정부여당의 기초연금 법안에 사실상 손을 들어준 것은 기초연금 7월 시행을 앞두고 다가올 6.4 지방선거 결과를 의식해 노년층의 반감을 차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지도부의 리더십은 다시 한 번 위기에 놓였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 의원들의 중심으로 지도부의 '백기 투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당의 보건복지 전문가로 꼽히는 복지위 소속 김용익 의원은 당의 결정에 반발해 이날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관련 기사 : '기초연금 백기' 내홍 폭발…김용익 의원직 사퇴 선언)
또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본회의 반대 토론에 나서 "정부여당 안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불참 속에 처리된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은 안"이라며 "하루 만에 법안을 전격 상정해서 이 늦은 밤에 다루게 된 것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에서 '연금제도 파탄내는 야합 반대'라는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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