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물고기 밥 되고 나면 할 거야!"
24일 오후 4시 20분께 진도 팽목항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실종자 가족들이 합동구조팀의 구조작업을 못 믿겠다며, 해양경찰 최상환 차장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최 차장은 팽목항 현장 상황 브리핑을 맡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전 두 대의 배를 빌려 실종자 수색 작업 현장을 직접 다녀왔다. 전날 밤 9시께부터 이날 오전 7시 전까지 10시간 동안 추가로 수습된 시신이 없자, 구조팀 수색 작업에 의문을 갖고 직접 나선 것이다.
실종자 가족들의 원성은 팽목항을 할퀴었다.
"내 애가 저 안에 있어. 자식이 찬물에 들어가 있다고."
"해경, 너희가 소조기 3일이 수색 작업을 하기 최고라고 했어. 뭐, 했느냐고! 애들을 빨리 구해야지."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을 먼저 할퀸 건 정부였다. '세월호 침몰'이 국가적 재난이 된 건 정부 당국의 안이한 대처 때문이었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이 탑승객을 저버리고 탈출했지만, 안산 단원고 학생의 신고를 받은 해경이 제대로 대처만 했어도 살릴 수 있는 목숨이었다.
이날 수색 작업 현장을 다녀온 실종자 가족들은 해경의 발표와 달리, 수색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고 주장했다. 2시간 이상 바지선 주변에서 수색 작업을 살펴본 결과, 500여 명의 전문 잠수 인력은 눈에 띄지 않았으며 잠수사 두 명을 본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들은 해경의 수색 작업 계획 발표가 거짓이라며, 더딘 수색 작업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빠른 작업을 위해 다음 3가지를 시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 세월호 4층 선미에 가이드라인을 추가 설치할 것 △ 민간잠수사를 투입해 잠수 인력을 늘릴 것 △ 후카 잠수 방식의 머구리 장비 추가 및 실제 사용할 것 등이다.
그러나 최 차장은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해 오히려 가족들의 분노를 키웠다. 실종자 가족들은 해경의 원론적인 태도에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차장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다 하겠다"면서도 "민간잠수사가 투입되면 지금 작업 중인 UDT·SSU 잠수 요원들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이라는 최 차장의 말에 극도로 흥분하며, "그냥 선체를 인양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항의했다.
한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오후 5시 40분께 이곳 상황실을 찾았다. 오후 6시 50분 현재 이들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주영 장관에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하라"고 요구했고, 이 장관은 "제가 죽일 놈이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라고 답했다. 또 김석균 청장에게는 민간잠수사 투입을 거듭 요청했다.
가족 중 한 명은 "우리는 당신들이 얘기했던 것처럼 미개한 국민들이라서 이렇게 항의하는 것 밖에 못한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25일 현재 마지막 정조시간은 23시 10분이며, 수중 작업은 정조시간 전후로 30분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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