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 질문장을 보냈다. 북한은 이 질문장에 드레스덴 선언과 현재 남북관계를 비롯해 남북 간 현안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명시한 뒤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답을 구했다.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이후 남북관계를 개선해보려는 북한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23일 ‘북남관계의 전도는 박근혜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 – 박근혜에게 보내는 공개질문장’에서 “북남관계를 진실로 개선해나가자는것인가 아니면 계속 대결하자는것인가, 통일이냐 반통일이냐, 평화냐 전쟁이냐 이제 그에 대한 립장을 명백히 할 때가 됐다”며 박 대통령에게 총 10가지를 질문을 던졌다.
조평통은 우선 통일에 대한 박 대통령의 생각을 물었다. 조평통은 “박근혜가 말하는 통일이 먹고 먹히우는 체제대결이라면 전쟁밖에 없는데 그것을 바라는가”라며 남한 주도의 흡수 통일을 원한다면 체제 대결로 갈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조평통은 박근혜 정부가 “동족대결정책을 악랄하게 추구”하고 있다며 “그 무슨 ‘신뢰프로세스’를 떠들 체면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조평통은 “지난 2월 북남고위급접촉 때 특명을 받고 나온 남측 수석대표는 ‘신뢰 조성이 대통령의 의지’라면서 한 번 믿어달라고 했다. 그러나 돌아앉아서는 우리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헐뜯고 ‘급변사태’까지 운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에게 “대결인가 신뢰인가”라고 물었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조평통은 “박근혜는 북이 핵을 포기하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경제를 지원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력설하고” 있으나 “미국과 전면핵대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가 그따위의 서푼짜리 감언이설에 핵을 내려 놓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의 ‘선핵폐기론’은 리명박 역도의 ‘비핵, 개방, 3000’과 한치도 차이나는 것이 없다”며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을 ‘신뢰’니 뭐니 하는 보자기로 더욱 교활하게 감싼 것 뿐”이라고 비난했다.
드레스덴 연설에 대해서도 날 선 질문 이어져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28일(현지시각) 드레스덴 공대에서 진행했던 연설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조평통은 드레스덴 제안 중 ‘임신부, 영유아 영양지원’에 대해 언급하며 “최상의 특혜를 받고 있는 우리 아이들과 녀성들을 비롯한 우리 인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는 딴전을 피우지 말고 이제라고 우리의 제안과 호소를 받아들일 의사는 없는가”라고 물었다.
드레스덴 연설에서 박 대통령이 남북 간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해오던 북남교류와 협력에 빗장을 질러놓은 채 ‘민간급의 순수한 교류’이니, ‘협력’이니 하는 자가당착” 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미 거덜이 날대로 난 ‘5.24조치’는 더 이상 존속되어야 할 하등의 리유과 근거가 없다”라며 5.24조치 철회 의지가 있는지 물었다.
박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과제인 DMZ 세계 평화공원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조평통은 “그것 보다는 서해 5개섬 열점지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것이 더 절실한 문제가 아닌가”라며 10.4 선언에 나왔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에게 평화수역을 만들 의사가 있는지 물어봤다. 더불어 7.4 , 6.15, 10.4 등의 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할 의지가 있냐고 묻기도 했다.
정치·군사적 문제도 질문에 올랐다. 조평통은 “‘핵무기없는 세계’를 조선반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남조선에 미국핵전쟁장비들을 끌어들이며 외세와 함께 벌리는 북침핵전쟁연습을 그만둘 용의가 있는가”라며 “당면해서 오는 8~9월에 또다시 벌려놓으려 하는 ‘을지프리덤디언’ 연습을 그만둔다는 것을 선포할 용의는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밖에도 북한은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북한에 삐라를 보내 비방·중상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문제 등을 질문장에 넣었다. 조평통은 “괴뢰군과 인간쓰레기들까지 동원하여 삐라 살포 놀음을 벌린 것, 또 ‘불확실성’, ‘굶주림’, ‘주민 고통’ 등의 험담을 한 것은 누구냐”며 이에 대해 “책임은 박근혜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북한의 질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핵 문제라든지 5.24조치와 같은 남북 간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우리가 그런 문제들에 대해 그간 발표한 입장이 있기 때문에 새로 이야기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공개 질문장은 한창 북한의 4차 핵실험 경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발표됐다. 남북관계가 냉랭한 현시점에서 북한이 10가지나 되는 공개질문을 했다는것은 그만큼 북한의 남북 개선 의지가 절실하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핵실험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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