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이지 않다. 국민이 바라는 바를 외면하고 있다. 왜 개혁의 대상이 되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개혁하겠다는 와중에도 이리저리 치이며 눈치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놓지 않으려고 잔꾀를 부리다 보니 속마음을 들킬까 이리 숨기고 저리 돌리는 게 아닌가? 삼성엔지니어링이란 큰 회사를 맡은 김재열 빙상경기연맹 회장이 직접 개혁까지 챙기긴 힘들 듯하다. 그래서인가? 회장님은 책상 위에 올라온 '발전위원회'니 '조직 혁신 특별위원회'니 하는 근사한 이름에 속아 개혁을 믿고 있는 듯하다. 빙상연맹의 실상은 답답할 뿐이다.
개혁의 이유는 메달이 아니었다. 국민은 파벌과 인사 전횡, 성폭력과 무능함에 분노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 제소 촉구 시위에 나선 피겨 팬은 '제소는 금메달을 되찾기 위한 것이 아니고 부정과 불의, 승부 조작에 대한 분노'라고 밝혔다. 빙상연맹은 부정과 불의에 대한 분노, 국민의 마음을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빙상연맹의 개혁은 해괴하다. 연맹은 '평창 대비 빙상발전위원회'를 통해 개혁안을 준비하면서 집행부의 거취를 묻기 위해 '조직 혁신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거취를 묻는 자들이 개혁안을 만드는가? 개혁안은 재신임을 받은 뒤에 또는 새로운 집행부에 맡기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놓지 않으려는 욕심에 일의 순서마저 뒤바꾼 듯하다.
애초부터 국민이 원하는 바와는 별개였다. 소치올림픽 개막 전에 발생한 국가대표 코치 성추행 의혹은 감감무소식이다. 의혹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진상조사는 어찌 됐는지 빙상연맹은 밝히질 않고 있다. 개혁하겠다고 만든 '빙상발전위원회'는 11명의 위원 중 7명이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현 집행부다.
대표선수 선발과 경기력 향상 방안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인 현 집행부가 필요하다는 것이 연맹의 해명이다. '평창 대비 빙상발전위원회'라는 이름처럼 슬그머니 평창올림픽을 위해선 우리가 필요하다고 으름장을 놓는 듯하다.
조직 혁신 특별위원회는 또 무엇인가? 빙상발전위원회를 통해 자신이 자기에게 신임을 묻겠다는 '셀프 재신임' 꼼수가 비판받자 빙상연맹은 화들짝 조직 혁신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조직 혁신 특별위원회는 집행부 임원의 거취를 결정한다고 한다. 임원의 거취를 결정하는 위원회가 따로 있다? 구차하고 난감하다. 규정대로라면 대의원 총회에 재신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규정을 무시한 위원회가 속출하는 것을 보면 전횡의 역사가 전횡의 타성을 만든 듯하다. 빙상연맹은 개혁조차 전횡이다.
여느 기업인 체육단체장처럼 김재열 회장도 빙상연맹을 맡으며 대리인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금은 대리인의 말만 믿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연맹의 개혁이 왜 지지받지 못하는지 김재열 회장은 연맹 바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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