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선거 무(無)공천의 덫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이 출구전략을 고심 중이다.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자체적인 무공천으로는 선거 패배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무공천 결정을 전 당원 투표에 부쳐 재검토하자는 제안부터, 아예 지방선거를 "보이콧 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통합을 결정한 당 지도부는 '약속 정치'를 내세워 무공천 번복은 없다는 완강한 입장인 가운데, 기약없는 장외 투쟁 역시 이어지고 있다.
'전 당원 투표' 제안부터 '선거 보이콧' 주장까지…출구전략 고심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3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않을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지가 제1야당의 쟁점"이라며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당론을 정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7월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찬성 67.7%로 가결시켰지만, 당시의 투표가 야권 한 쪽만의 '무공천'을 묻는 것이 아닌 선거제도 자체의 존폐 여부를 묻는 것이었던 만큼, 다시 당원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 의원은 "당원 투표 결과 기초공천을 하자는 의견이 다수일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공천을 진행해야 한다"며 "선거제도 등 정치제도는 여야 합의를 통해 제도 개선을 진행해 왔고, 합의되지 않으면 기존 제도를 존치해온 것이 오랜 관행이다. 국민에게 선택의 혼란을 주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합당을 주도했던 당 핵심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민병두 의원은 지난 1일 당이 지방선거를 전면 '보이콧'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제 도입 이후 '두 개의 규칙'을 갖고 선거를 치르는 예는 역사상 한국의 2014년 지방선거가 유일하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거짓 약속을 반성하고 기초공천 폐지를 이행하도록 하는 방법은 단 하나, 지방선거 전면 보이콧"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지방선거 보이콧을 선언하고 투표율이 20%로 떨어지면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불신이 선언되는 것"이라며 '6월 지방선거 투표율 저하→ 7월 재보선 야당 승리→ 9월 정기국회에서 지방선거 전면 재실시 논의'란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풀뿌리 정당' 창당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약속 정치'를 내세워 무공천 결정을 뒤집을 수 없다면, 기초선거만이라도 새 정당을 만들어 공천을 하자는 것이다.
앞서 서울대 조국 교수는 기초선거 후보자를 위한 '풀뿌리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시민사회단체에 이 정당의 공천권을 넘기고 기초선거 후보자들이 이 정당 소속으로 출마하자는 것이다. 조 교수는 "국회의원 1명만 (이 정당에) 가입하면 기호 5번이 확보된다"면서 "(야권 후보가) 광역은 2번, 기초는 5번으로 통일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풀뿌리당' 창당은 공천권 행사를 위한 '편법'을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점에서, 지방선거 보이콧은 제1야당이 선거 자체의 무산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역풍 가능성이 높아,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브레이크 없는' 새 정치 드라이브에, 기약없는 장외 투쟁도 이어지고 있다. 신경민, 우원식, 양승조 최고위원 등 일부 지도부는 서울광장에서 농성을 진행 중이며, 당 혁신모임 소속 의원 20여 명은 사흘째 국회 본관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신경민 "무공천 할 바엔 차라리 정당을 해산해야"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무공천 철회는 없다는 완강한 입장인 가운데, 당 지도부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3일 "무공천을 하려면 차라리 정당을 해산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신 최고위원은 "정당 공천을 폐지하는 것이 국민에게 그렇게 가치 있는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까지 지면서 '트리플 크라운(총선, 대선, 지방선거 패배)' 해트 트릭을 하는 것은 전혀 명예롭지 않다. 앞날을 생각해도 맞지 않고 정당의 기본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며 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또 "새로운 정치는 없다. 정치다운 정치를 제대로 하는 것이 맞다"면서 '새 정치'를 전면에 내세운 안철수 공동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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